봄이 되면 춘곤증으로 심신이 나른해지기 마련이다. 날씨가 온화하면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몸이 이완되고 피로감과 졸음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는 계절변화에 따른 일시적 증상으로 충분한 휴식과 수면, 영양보충만으로도 호전된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적인 피로가 장기간 지속된다면 자율신경실조증을 의심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자율신경계 기능 이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람은 2011년 1만2468명에서 2021년 2만7749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자율신경실조증은 자율신경계에 불균형이 생기게 되는 것을 말한다. 자율신경계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균형을 이루면서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체온조절계, 동공조절 등의 기능을 조절해 신체의 항상성을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 또는 부교감신경 중 하나라도 과하게 항진됐거나 저하됐을 때 자율신경실조증이 발생한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지만, 극심한 스트레스, 과로, 불규칙한 생활 습관, 수면 부족 등이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호르몬 이상, 약물 부작용, 자가면역 질환, 당뇨 등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 피로뿐 아니라 두통, 어지럼증, 현기증, 저혈압, 피부 트러블, 수면장애, 스트레스성 탈모, 목과 어깨 결림, 수족냉증, 과민성 대장염, 위장운동 장애, 다리부종, 과호흡,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생리전증후군, 극심한 생리통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자율신경실조증이 원인인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개별적인 질환으로 오인할 수 있다.
여러 검사를 해도 신체 이상 증상의 원인을 알 수 없다면 자율신경계 문제를 의심해보고 신경외과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장한다.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인한 증상을 방치하면 학업이나 업무 능률을 크게 떨어뜨려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개개인의 증상을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 자율신경은 각 분절마다 특징적으로 조절하는 인체 및 장기의 기능이 있는데, 개인의 증상의 양상과 패턴을 역추적해 문제가 생긴 자율신경을 찾아야 한다. 성상신경, 상교감신경, 중교감신경중 문제가 발생한 신경에 차단술을 시행할 수 있다.
신경차단술은 교감신경 주변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는 약물을 주입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바로잡는 치료다. 초음파, C-arm 등의 장비를 활용해 병변 부위를 확인한 후 정밀하게 시행함으로써 안정성을 극대할 수 있다.
마디힐신경외과 이승준 원장은 “자율신경실조증은 증상이 다양해 오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양한 케이스를 경험한 의료진에게 검진받고 원인과 증상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개선을 반드시 병행해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충분한 수면과 식사, 적절한 운동을 실천하면서 일상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신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