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명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해외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데 최근 얼박사(얼음+박카스+사이다) 레시피가 유행하고, 대형 커피전문점에서도 에너지음료가 다채롭게 출시되는 등 리프레시 음료 시장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CU가 자체 개발한 에너지음료 파이어엑스는 상당히 도전적인 상품이다. 핫식스와 몬스터 등으로 대표되는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것도 그렇지만 500㎖ 대용량을 채택한 점, 그리고 소방관을 위한 상생 가치까지 더한 점에서 더욱 새롭다.
파이어엑스 개발에 참여한 최정태 BGF리테일 상품기획자(MD)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와 만나 “기능성과 맛, 사회공헌 가치를 담은 파이어엑스가 기존 제품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길 바란다”는 포부를 전했다.

최 MD는 “에너지 음료는 성장하는 카테고리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성장성이 높고, 10~20대 남성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카테고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음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이 낮은 칼로리로 일상 속에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제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원가에 위치한 편의점에 가면 에너지음료가 전면에 배치된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집중이 필요할 때 또는 시험 기간에 에너지음료를 즐겨 찾고 있다는 뜻이다.
파이어엑스는 CU가 협력사와 직접 개발한 단독 상품이다. 크게 ▲용량 ▲저칼로리 ▲맛 ▲사회공헌이라는 4가지 포인트에서 기존 제품의 틀을 깬다.
최 MD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과 용량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했다”며 “지난해 9월부터 개발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너지음료 캔 제품은 250㎖ 또는 355㎖ 수준이지만, 파이어엑스는 500㎖를 채택했다. 용량이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 트렌드를 반영했다. 최 MD는 “경쟁 상품이 한 캔에 3000원인데, 파이어엑스는 2700원으로 더 저렴하면서 자체적으로 행사도 할 수 있어 체감가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어엑스의 칼로리는 한 캔에 12칼로리로 100칼로리를 훌쩍 넘는 시중 제품에 비해 확연히 낮다. 과즙을 넣어 망고패션과 플럼레몬 2가지 맛으로 출시된 것도 차별점이다.
최 MD는 “용량이 크지만 칼로리가 낮고, 과즙 함량이 포함돼 음료수처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며 “야근을 하는 직장인이나 시험기간의 학생에게도 필요하겠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기운을 끌어올리려는 용도로도 좋다”고 전했다.

파이어엑스의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 제품이 ‘소방관의 불꽃 같은 용기를 응원한다’는 기획 의도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이어엑스는 검정색 배경에 강인한 느낌의 캐릭터를 넣고, 주변에 가시성이 좋은 노란색과 핑크색으로 포인트를 넣어 웅장한 느낌을 자아낸다. 파이어엑스라는 제품명도 화염에 뛰어드는 소방관들의 용기와 강인함을 반영한 결과다. CU는 이 제품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소방가족희망나눔 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세종특별시 소방청사를 찾아 소방공무원 유가족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행사를 진행했다.
최 MD는 “음료 MD로서 사회공헌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요소가 없을 지 고민해왔다. 마침 협력사와 논의하던 중에 양쪽 모두 가족 중 소방 공무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내용을 진전시키게 됐다”며 “이후 실화 기반의 영화 소방관이 개봉됐고, 경상권 산불까지 발생해 만감이 교차했다”고 돌아봤다.

제품을 개발하면서 소방관들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소방관은 수 시간동안 진화 현장에 투입되고, 휴식 시간이 짧기 때문에 현장에서 에너지음료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높았다.
최 MD는 “과거 소방관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시하며 기부하는 콘셉트의 ‘영웅 맥주’를 선보였는데, 주류 상품이다 보니 진정성을 표현하기엔 제한이 있었다”며 “이번에는 일반 소비자들뿐 아니라 소방관들도 현장에서 마실 수 있는 제품인 만큼, 진정성 있게 연을 이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취지를 소방청, 소방가족희망나눔 재단에도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BGF리테일 ESG팀에서 지원해 부서 간에 시너지가 많이 났던 사례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최 MD는 “에너지음료는 사실 진입 장벽이 높은 카테고리다.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3개 브랜드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파이어엑스 출시로 점주와 소비자가 제품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좋은 경쟁이 일어나야 선순환이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파이어엑스가 시장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파이어엑스가 현장에서 소방관들에게 정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큰 보람이지 않을까”라고 언급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