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은 중년 이후에나 챙길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연령대에서의 대장암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20~40대에서 대장암을 앓는 환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며, 더 이상 젊다는 이유만으로 건강을 과신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40대 대장암 발병률은 전 세계 1위다. 연평균 증가율만 해도 4%가 넘는다. 인구 10만 명당 약 13명이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있으며, 이는 OECD 평균보다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이미를 갖는다. 대장암 발병이 당장 내 주변, 내 일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젊은 세대에서 대장암이 증가하고 있을까. 그 원인 중 상당수는 환경과 생활 습관에 있다. 대장암은 90% 이상이 후천적 요인, 즉 식습관과 운동 부족, 음주, 흡연 같은 생활 방식에서 비롯된다. 문제는 이러한 습관이 최근 젊은 세대에서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간 20대의 평균 음주량과 비만율은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30대 이상의 곡류 및 과일 섭취량은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암의 가장 큰 문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이 때문에 자각증상이 나타났을 무렵에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혈변, 배변 습관 변화, 복통,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이미 병변이 커졌을 수 있다. 대장암은 침묵 속에 자라고 이상 증상을 느낄 때쯤엔 이미 늦은 상태일 수 있다.
다행히 대장암은 조기에만 발견된다면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용종 단계에서 제거하면 암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1기에서 수술을 받을 경우 5년 생존율이 90%를 넘긴다. 반면 3기, 4기로 넘어가면 생존율은 절반 이하로 급격히 떨어진다. 결국,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만이 대장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모든 연령에서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45세 이상부터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지만, 가족력이나 특이 증상이 있다면 더 이른 나이부터 검진이 권장된다. 특히 혈변이 반복되거나 배변 습관이 급격히 바뀌는 등의 이상 신호가 있다면 연령과 상관없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간단한 분변잠혈검사로도 선별 가능하지만, 보다 정확하고 확실한 진단을 원한다면 대장내시경이 필요하다.
2025년부터는 국가건강검진 시 대장암 검진 기준이 기존 50세에서 45세로 내려가며, 젊은 고위험군의 건강 상태를 보다 이르게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건강검진 항목은 나이와 위험요인을 기반으로 맞춤형으로 구성되지만, 국가건강검진은 개개인의 상태를 모두 반영하기엔 부족하다. 따라서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 평소 불규칙한 식사와 음주·흡연 습관을 가진 경우라면 대상 연령이 되지 않았어도 대장내시경 검사 항목을 추가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강규근 의정부 강앤강내과 원장은 “대장암은 꾸준히 모니터링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방심하면 조기에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특히 최근에는 20~30대 환자 비율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젊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각자의 생활 패턴과 가족력 등을 고려해 검진 시기를 조정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