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보급을 확대한다. 고의로 음주측정을 방해하는 일명 술타기 등 처벌규정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17개 시∙도 등 교통안전 관계기관과 함께 이같은 내용의 ‘2025년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521명으로, 12년 연속 감소했다.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91년과 비교하면 80%이상 줄었다. 하지만 인구 10만명당 사망자수는 5.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5위에 그쳐 여전히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또 지난해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망자는 761명으로 전년(745명)에 비해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보행자 안전 강화, 위험운전 안전관리 내실화 등에 중점을 두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운전자가 의도치 않게 가속 페달을 밟아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을 늘린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19년부터 5년여 간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가 전체 오조작 사고의 25.7%를 차지했다. 지난해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 국립중앙의료원 택시 사고도 고령자가 페달을 잘못 밟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자동차 제작사의 자발적인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유도하기 위해 신차 안전도 평가(KNCAP)에 관련 항목을 추가했고, 해당 장치의 의무화 방안도 추진한다. 연내 전문가·업계와 장착 대상과 시행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입법예고 등의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령자 중 일부뿐 아니라 질병 등으로 신체·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운전자는 고위험 운전자로 분류하고 조건부 운전면허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제도 도입의 일환으로 경찰청은 올해 하반기부터 운전면허 시험장 등에서 운전자의 운전능력 자가 진단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그 결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음주∙약물 상태 운전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한다. 관련법에 약물 상태를 측정할 근거와 측정 불응죄를 신설하고, 처벌 수위도 음주운전 수준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음주사고를 낸 뒤 일부러 술을 더 마시거나 약물을 복용해 음주 측정을 방해하는 술타기 행위도 처벌한다. 다음달 4일부터 이런 행위가 적발되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2000만원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음주 측정 거부와 비슷한 수준의 형량이다.
정부는 고령자를 비롯한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 개선에도 나선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920명으로 전년보다 3.8% 증가했고 이 가운데 고령자는 616명으로 67%에 달했다.
보도·차도가 분리되지 않은 이면도로에는 보행자 우선도로 지정을 확대하고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안내하도록 추진한다. 전통시장·병원 인근 등 고령자가 많이 다니는 횡단보도의 신호 시간은 1초당 1m를 나아가는 걸음을 기준으로 했던 데에서 1초당 0.7m 수준으로 연장한다. 이런 횡단보도를 올해 말까지 10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고령자의 걸음 속도에 맞춰 신호등 초록불을 자동 연장하는 시스템도 횡단보도 221곳에 적용한다. 또 차량이 돌진하면 큰 인명 피해가 빚어질 수 있는 보행자 집중 지역 9곳에는 대형 화분이나 방호용 말뚝(볼라드) 등을 설치한다. 9곳의 시범 설치 장소는 서울 도심의 서울·청계광장, 부산 해운대·송도해수역장·사직운동장, 대구 죽전·중앙네거리, 경기 수원역, 경북 포항 영일대 광장이다.
백원국 국토부 2차관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책무”라며 “교통안전 관계부처와 협력을 강화해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