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계기로 주변국과 우호적 관계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그 효과로 한동안 막혔던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의 중국 진출 기회가 다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간한 한한령 해제 움직임과 우리의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조치로 한한령을 시행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으나 중국인의 한국 방문 관광이 대거 불허되고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 송출이 차단되는 등 한한령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방송 산업의 대중국 수출 규모도 2016년 9400만 달러에서 2022년 5400만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방송산업의 대중국 수출은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최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와의 무역 갈등을 계기로 주변국들과 관계 개선에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한령이 해제될 시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온·오프라인 방식을 통해 중국 수출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석을 살펴보면, 중국 콘텐츠 시장은 재작년 기준 328억 달러 규모로 미국(912억 달러)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한국(41억 달러)보다 8배 큰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시장 성장 전망(2023~2028년)에서 9.1%를 기록하며 미국(4.9%)을 앞지르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과거 중국 대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상 고가 판권 판매, 한중 합장 콘텐츠 제작 등을 이뤄냈다. 한한령 이전에 한중 공동 투자·제작하는 방식으로 합작 콘텐츠를 만들어 동시 방영했다.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를 중국에 판권 판매하는 방식으로도 큰 효과를 거뒀다.
K팝의 경우 한한령 이전보다 높아진 글로벌 위상을 기반으로 중국 내 오프라인 K팝 콘서트 재개가 이뤄질 전망이다. 한한령 이후 K팝은 미국, 유럽 시장에 진출해 전 세계 음원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등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다. 더불어 한국 가수의 중국 방송 출연, 중국 음원 시장 재진입을 통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 도모도 가능하다.
게임의 수출도 눈여겨볼 만 하다.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필요한 인허가권을 뜻하는 판호 발급이 원활히 이뤄지게 된다면 다양한 장르의 한국 게임이 중국 내 출시가 기대된다. 실제로 중국은 한한령 이전이었던 2014~2016년까지 3년 동안 총 48건의 한국 게임 수입을 승인하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다만, 최근 중국 내 방송·게임 제작 기업들의 역량이 향상됐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대응을 해야 한다. 박소영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신무역전략실 수석연구원은 “한한령 이후 변화된 중국의 최신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더욱 치열해진 경쟁 속 중국 소비자의 호응을 얻기 위한 한국 제품·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