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고위당국자 “체코-한수원 원전계약 중단하라”… 경쟁 밀린 프랑스의 몽니?

-프랑스전력공사 “한수원이 한국 정부 보조금 받았다” 주장
-한수원 “사실무근”… 체코 당국은 “해당 관계자 국적 의심”

체코 정부에 한수원과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낸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 스테판 세주르네 인스타그램 갈무리
체코 정부에 한수원과의 신규 원전 건설 계약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낸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 스테판 세주르네 인스타그램 갈무리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가 체코 정부에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계약 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13일 유럽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루카시 블체크 체코 산업통상장관은 체코 공영방송 CT 인터뷰에서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에게 관련 서한을 받았고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체코 원전 사업의 입찰 경쟁에서 한수원에 밀린 프랑스전력공사(EDF)는 체코 법원에 소송을 제기,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을 금지한다는 가처분 결정을 받아낸 바 있다. 또한 한수원이 EU의 역외보조금규정(FSR)을 위반했다며 EU 집행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FSR은 EU 바깥 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과도한 보조금을 받고 역내 기업 인수합병이나 공공입찰에 참여하면 불공정 경쟁으로 간주하고 규제하는 규정이다. EU는 직권조사 결과 불공정 보조금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인수합병·공공입찰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EDF는 한국 정부가 한수원에 실질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냉각탑. AP/뉴시스

 

프랑스 출신 세주르네 부위원장은 체코 측에 보낸 서한에서 역외 재정지원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 중이라며 최종계약에 서명할 경우 “(보조금 지급 여부를) 효율적으로 조사할 권한과 당사자들에게 시정 조치를 하도록 할 능력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체코 당국은 프랑스 외무장관을 지낸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자국 원전업체를 지원한다고 의심했다. 블체크 장관은 그가 프랑스 출신인 점을 언급하며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얀 리파프스키 체코 외무장관도 CNN 프리마 뉴스 인터뷰에서 세주르네 부위원장이 EDF의 제소 당일인 2일 서한을 보낸 점을 지적하며 “프랑스인 위원이 금요일 밤 10시에 일하고 있었다는 점이 몹시 이상하다”고 의심했다.

 

EDF의 소송으로 한수원과 최종 계약이 연기된 체코전력공사(CEZ)의 다니엘 베네시 사장은 체코 CTK통신과 인터뷰를 통해 “프랑스 측이 원전 건설을 방해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정부가 EU의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입찰 경쟁에서 한수원에 밀린 프랑스전력공사의 로고. 프랑스전력공사 홈페이지 갈무리

 

프랑스는 지난해 3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해 수주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EDF의 체코 원전 입찰을 적극 지원했다. EDF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한수원은 FSR을 어겼다는 EDF의 주장에 대해 정부로부터 어떤 보조금도 받지 않았고 체코 원전 입찰은 2022년 3월 개시돼 FSR 적용대상도 아니라고 반박한 바 있다. FSR은 2023년 7월 도입됐다.

 

이날 한수원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이번 입찰 과정에 성실하고 책임 있게 참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체코 정부 및 발주기관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본 사업이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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