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된다면 한국은행이 인가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해 스테이블코인 관련 동향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고 팀장은 발표문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화폐 등 실물자산에 가치를 연동한 가상자산이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다. 해외에서는 달러 기반 테더(USDT) 등이 보편화해 있다. 해외 송금이나 결제 분야에서 달러 대신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고 팀장은 “중앙은행이 인가 단계에 실질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중앙은행 정책 수행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면서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은이 추진 중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 스테이블코인을 모두 아우르는 미래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대선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8일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의견을 내놨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는 과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실패 사례인 테라·루나 사태를 언급하며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통화당국으로서 규제 권한을 놓치지 않으려는 물밑 포석으로 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공개한 디지털자산기본법 1호 법안 초안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가 권한을 한은이 아닌 금융위원회가 갖도록 규정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