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이행을 연기한 이후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다른 보험사와 채권시장으로 영향이 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2020년 5월 발행한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인 롯데손해보험 8(후)의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했지만 금융당국이 승인하지 않아 상환 절차가 멈춘 상태다.
이러한 후순위채 콜옵션 이행 연기에 롯데손보와 자본 사정이 비슷한 회사들의 유통 금리가 상승하며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손보 8 후순위채 채권 가격은 지난 2일 1만120.8원에서 이달 9일 9900.98원으로 내려갔다.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4사의 평균 평가금리) 대비 최대 73bp(1bp=0.01%포인트) 높게 거래됐다.
앞서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상환은 자사가 콜옵션을 행사에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상환을 위한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지난 8일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황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상환은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계약자 자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계약자 보호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손보는 후순위사채 조기상환을 위해 감독당국에 사전승인을 요청했으나, 요건 미충족으로 사전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당국과 시장과의 소통없이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고 있다는 유감의 입장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보험금 지급여력 비율인 K-ICS 비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짚으며 조기상환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롯데손보의 K-ICS 비율은 154.6%이었으나 올 3월 말 비율은 크게 하락해 150%에 미달하므로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위한 차환 발행이 필요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롯데손보는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하므로 계약자 자산과 계약자 보호에는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건전성이 저하된 상황에서 계약자의 보험료로 운영되는 일반계정 자산으로 후순위채를 먼저 상환하는 것은 계약자 보호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독당국의 승인 없이는 후순위채의 조기상환은 어렵다.
금감원은 추후 롯데손보 재무상황에 대한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 등급이 4등급 이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이달 경영평가실태 평가 등급을 확정하면 이르면 상반기 내에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이번 조기상환 연기가 신뢰도 저하로 자본시장 접근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도 나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