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의 불청객으로 불리는 난기류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에 따른 난기류는 바람의 방향 및 속도가 불규칙하게 움직이면서 발생한다. 항공기가 하늘길에서 난기류를 만나면 기체가 흔들리거나 급강하할 수도 있어 안전을 위협하는 만큼 항공사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응 강화에 나섰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개 국내 항공사가 보고한 난기류 건수는 총 2만7896건이다. 이러한 수치는 2023년 보고 건수(2만575건)에 비해 35.6% 증가한 것이다. 국적사 항공기의 운항 횟수가 2023년 46만5939회보다 지난해 52만6666회로 13% 증가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난기류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1분기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 증가한 6556건의 난기류 발생 보고가 있었다.
난기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난기류 관련 사고도 1년에 1∼2건씩 나타나고 있다. 2019년 이후 발생한 항공사고 총 12건 가운데 7건(58.3%)은 난기류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5월 티웨이항공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발 인천행 여객기가 난기류로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해 8월에도 대한항공의 인천발 몽골 울란바토르로 향하던 여객기도 역시 난기류로 기내식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난기류 사고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세계 항공사고 가운데 난기류 사고 비율은 2014년 15%에서 완만히 증가하면서 지난해 32%(94건 중 30건)를 차지했다.
항공업계는 난기류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11곳 국적 항공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노선·위치·시간별 난기류 발생 결과를 나누는 위험기상정보 공유체계 참여에 나섰다. 또한 내년까지 나래기상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항공사 및 항공기상청이 항로별 기상 특성 및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운항·객실 승무원 대상 훈련도 강화했다. 국토부 지침에 따라 기내 서비스를 중·장거리 노선은 착륙 40분 전까지, 단거리 노선은 15분 전까지 마무리한다. 또한 이착륙 시 외에도 기내에서는 안전벨트 착용을 필수로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뜨거운 액체류로 인해 화상 위험이 있는 컵라면 대신 핫도그와 피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단거리 구간에서 차가운 음료로 뜨거운 음료를 대신하고 있다. 여타 항공사들도 뜨거운 음식과 관련해 쏟아짐 방지 전용 비닐백을 제공하거나 화상 경고를 알리는 중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인해 난기류 발생이 빈번해진 만큼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노선별 난기류 발생 결과를 토대로 운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기내에서는 안전벨트 착용을 필수로 하고 뜨거운 기내식 서비스를 지양하는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