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율이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카드 대출을 받았다가 이를 갚지 못하는 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3.8%로 집계됐다.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10월과 11월 3.4%를 기록했다가 그해 12월 3.1%로 하락했다. 그러다 지난 1월 3.5%로 상승한 후 2월 3.8%까지 치솟았다. 이는 카드사태 막바지였던 지난 2005년 8월(3.8%) 수준이다. 2005년 5월(5.0%) 이후 가장 높다.
일반은행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모두 포함되는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금융지주 하에서 카드사업을 분사한 시중은행은 제외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 카드사들의 연체율도 상승세다. 이들의 지난 1분기 평균 연체율은 1.81%로 지난해 4분기(1.53%)보다 0.28%포인트 높아졌다. 하나카드(2.15%)가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1.87%), KB국민카드(1.61), 신한카드(1.61%)가 뒤를 이었다.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이유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고금리 속에 취약차주의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지난 3월 기준 카드론 금리는 평균 연 14.83%로 집계됐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지만 연체율이 올라 대손 비용이 증가하면서 카드론 금리는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기 회복이 지연돼 취약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실적 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론 영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지난 3월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감소했다.
본업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는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 절실해졌다. 최근 카드사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가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올해부터 기업정보조회업이 카드사의 겸영 업무에 추가됐다. 카드사들은 가맹점 법인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해 대출 심사 자료로 활용하거나 타 금융기관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숙원사업이었던 지급결제 전용계좌 도입을 화두로 꺼내 들었다. 지급결제 전용계좌는 카드사가 직접 발행하는 계좌다. 지급결제 전용계좌가 허용되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대금 결제가 가능하다. 다만,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를 종합지급결제사업자로 편입해야 하는 만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필요해 정치권에서의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