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SK텔레콤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지 19일 만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SK그룹 내 전 보안 체계를 전면 검토하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신속 대응·재발 방지 약속…위약금 면제는 논의 중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SK텔레콤 T타워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브리핑에 직접 참석해 “SK텔레콤 사이버 침해사고로 고객들과 국민들께 불편을 초래해 SK그룹을 대표해 사과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사고 이후 일련의 소통과 대응이 미흡했던 점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저를 비롯해 경영진 모두 뼈아프게 반성한다”며 “고객뿐 아니라 언론이나 국회, 정부기관 등 많은 곳에서의 질책도 마땅하다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정부 조사에 적극 협력해 사고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고객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만전을 기하겠다”며 “저희를 믿고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한 2400만 고객들께 감사드리며, 유심 교체 원하는 분들도 더 빠른 조치 받을 수 있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자신의 유심 교체 여부를 붇는 질문에는 “유심보호서비스만 가입하고 유심 교체는 안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SK 전 그룹사의 보안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수펙수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정보보호혁신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수펙수추구협의회는 SK그룹 관계사 전반을 대상으로 최고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협의기구다.
그는 “그동안 정보통신(IT) 보안을 담당에게만 전담해왔던 것 같다. 그룹 전반이 나서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문제를 단순히 보안을 넘어 국방, 안보, 생명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고객 신뢰는 SK그룹이 존재하는 이유였고, 앞으로도 존재하는 이유가 될 것”이라며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돌이켜 생각하고 고객 신뢰를 얻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해지 위약금 면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최 회장은 “위약금 면제는 이용자의 형평성 문제와 법적인 문제를 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현재 SK텔레콤 이사회가 이를 계속 논의 중으로, 논의가 잘 돼서 좋은 해결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저는 이사회 멤버가 아니라서 드릴 말씀이 여기까지다”라고 했다.
최 회장은 오는 8일 열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건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대비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미 통상 관련 행사가 예정돼 있다는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이 자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할 예정이다.

◆유심 대란 다음 주 완화…14일 유심보호서비스 2.0 출시
최 회장이 대국민 사과와 짧은 질의응답을 마친 후 SK텔레콤 임원들이 유심 현황과 연휴기간 조치 사항 등에 대해 설명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6시 기준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는 2411만명이다. 해외 로밍 요금제 이용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100%가 가입된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2일 자정부터 서비스 자동 가입을 시작하며 가입자가 크게 늘었다”며 “로밍 요금제 이용자에게는 자동 가입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해외 로밍 요금제와 중복 이용이 불가능하다. SK텔레콤은 오는 14일 로밍과 동시 이용 가능한 유심보호서비스 2.0 도입을 목표로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류정환 SK텔레콤 네트워크인프라센터장은 “유심보호서비스 해외 사용은 14일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며 “유심포맷은 오는 12일을 목표로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까지 107만명이 유심을 교체했다. 김 센터장은 “이번 주까지 유심 물량이 부족해 많이 교체하지 못한 부분 사과드린다”며 “다음 주부터는 물량이 조금씩 더 들어오고, 월말까지 500만개, 6월에도 500만개가 추가된다. 예약 신청한 고객들부터 순차적으로 빨리 교체해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봉호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연휴기간 공항에서 처리하는 용량을 3~4배 확대했음에도 불편이 있었던 점 죄송하다”며 “연휴가 지나가면서 이런 부분들은 많이 완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5일부터는 2600여개 T월드 매장이 신규 영업을 중단하고 유심 교체와 고객 케어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심은 이번주까지 재고가 부족하지만 다음주부터는 교체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사태로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하는 것과 관련해 김 센터장은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보호”라며 “그 부분에 대한 조치는 최선을 다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