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코리아의 체코 원전 건설 계약에 급제동이 걸린 가운데 현장의 정부 인사는 당장 계약은 연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체코 프라하 도착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 못한 상황이 있으나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대규모 특사단의 대표로 현장을 찾았으나 전날 체코 지방법원의 판단으로 최종 계약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앞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 컨소시엄은 26조원에 달하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팀코리아에 밀린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항소를 진행했으나 체코 당국이 기각하면서 이달 초 한수원과 체코 측 발주처 EDU II과 최종 계약을 맺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이 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최종 계약 서명식을 위해 대규모 특사단을 보낸 한국 측은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이번 서명식 행사에 안 장관을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파견했다.
국회에서도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과 박성민 의원(국민의힘), 강승규 의원(국민의힘), 박상웅 의원(국민의힘), 허성무 의원(더불어민주당), 이주영 의원(개혁신당) 등이 특별방문단으로 동행했다.
돌발상황에도 안 장관은 “공식 계약을 체결하는 것만 이번 법원 판단 때문에 연기되고 나머지 절차는 준비한 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은 체코 총리 및 상원의장을 만나 원전 산업 협력을 계기로 인프라, 첨단산업 등에서 양국의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양측은 이날 12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의원단의 체코 상원의장과 오찬 등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EDF가 지난 2일 소송을 제기했는데, 한수원과 정부 당국이 안일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안 장관은 “체코 정부 측에서 그게 큰 문제 안 된다고 생각하고 초청해서 일정 잡은 것”이라며 “저희가 특별히 안일한 대응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안 장관은 “같은 사안을 가지고 체코 경쟁 당국이 두 번이나 명확하게 판결한 바 있어서 본안 소송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DF의 소송 제기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가 지원하거나 소명할 부분이 있으면 최대한 협조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종 계약이 연기되면서 오는 10월 체코 총선 등 정치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안 장관은 “계약이 불가피하게 연기될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이) 과도하게 지연되는 경우에는 엄청난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체코 당국도 법적인 조치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장관은 “며칠일지 몇 달일지 예단할 수는 없다. 체코 정부도 지연되지 않기를 희망하는 것 같다. 불필요하게 지연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DF가 한수원의 사업 수주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유럽 (원전) 기득권 세력들은 원자력 산업을 자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경쟁력, 효율성 등을 다 따져 우리를 선택했는데, 법적으로 지연시키는 등 여러 전략을 쓰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장은 “최종 마무리 단계까지 와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사업자 입장에서, 팀코리아를 이끄는 입장에서 당황스럽고 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