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국을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이후 전략적 비트코인 준비금 조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발맞춰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긴장감까지 누그러지면서 가상자산은 정체기를 벗어나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20~30대 젊은 세대가 전통 금융보다 가상자산 등 디지털자산을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PG사 트리플A의 지난해 조사에서 25~34세 연령대가 전 세계 가상자산 소유자의 34%를 차지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도 젊은층의 디지털자산 접근성과 투자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MZ세대가 디지털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구조적인 배경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낮은 금리와 고물가 속에서 자산 격차를 경험한 젊은 세대가 전통 금융시장을 불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디지털자산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가상자산을 통해 부의 축적은 물론 사회적 이동성을 실현할 수 있는 도구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띄운 밈 코인 열풍도 이어졌다. 밈 코인은 화제가 된 인기 요소를 소재로 삼아 만들어진 가상자산으로 극단적인 변동성이 특징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전 공식 밈 코인인 오피셜트럼프를 출시했다. 공개 후 순식간에 개당 70달러(약 1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40달러(약 5만7600원)로 내려앉았고, 취임식 날에는 다시 60달러대(약 8만6400원)로 올라섰다가 곧바로 30달러(약 4만3200원)로 반토막 났다. 최근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교황 선출 비밀회의)를 앞두고 교황 후보들을 테마로 한 밈 코인이 눈길을 끌고 있다.
트럼프 랠리에 국내 가상자산시장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4년도 지급결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체 자산 보유 총액은 104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일평균 거래 대금은 1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힘입어 국내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빗썸은 나란히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정부가 다음달부터 비영리법인과 가상자산거래소의 가상자산 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면서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본격화했다.
다만 트럼프 정책에 따라 급등락을 보이는 가상자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거래가 늘어나면서 서버 용량 부족으로 인한 전산 장애, 해킹 등 시스템 사고를 비롯한 투자·금융사기 문제도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