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임 위원장으로 친가상자산 인물로 꼽히는 폴 앳킨스가 취임하면서 그동안 저조한 성적을 보였던 가산자산 시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다만, 리플(XRP)과 도지코인(DOGE) 등 주요 알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승인 결정을 다음 달로 연기하면서 SEC가 여전히 알트코인 기반 ETF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SEC는 플랭클린 템플턴이 신청한 리플 현물 ETF 최종 결정일은 6월 17일로, 비트와이즈가 신청한 도지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같은 달 15일로 연기했다.
SEC는 연기한 이유에 대해 “제안된 규정 변경과 관련된 이슈들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친가상자산 정책 기조를 내세웠던 트럼프가 본격 행정을 시작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리플, 도지코인, 솔라나(SOL), 라이트코인(LTC) 등 현물 ETF 신청이 이어졌다. SEC에는 현재 70여개 알트코인 기반 현물 ETF가 심사 대기 중이다.
현물 ETF 승인을 거부해왔던 게리 겐슬러 SEC 의장이 물러나고 친가상자산 성향의 앳킨스가 SEC 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앳킨스는 취임사에서 “가상자산을 위한 확고한 규제 기반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취임 후 열린 SEC 첫 가상자산 원탁회의에서는 “지난 수년간 SEC가 규제의 불확실성을 조장함으로써 가상자산 업계의 혁신을 눌러왔다”며 “이 기술을 활용하는 시장 참여자들은 명확한 규제 지침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관련 규정을 광범위하게 재검토할 의향을 밝혔다.
또한 현물 ETF 승인의 전 단계로 읽히는 선물 ETF 승인으로 알트코인 기반 ETF 확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SEC는 프로셰어즈의 리플 선물 ETF 3종을 공식 승인했다. 선물 ETF가 승인되자 리플 가격과 거래량도 이러한 소식 직후 각각 12%, 35% 넘게 증가했다.
미국에서 현물 ETF를 먼저 출시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선물 ETF 승인을 받은 후 현물 ETF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리플 선물 ETF 승인이 현물 ETF까지 이어질 거라는 기대감을 받았다.

알트코인 현물 ETF 승인이 속도를 내는 것처럼 보이나 일각에서는 SEC와 리플과의 소송 등의 영향으로 승인 결정이 올해 4분기까지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M증권 리서치센터는 “SEC와 리플이 오랫동안 법적 공방을 이어온 가운데 SEC의 리플 선물 승인은 향후 리플 현물 ETF 승인 가능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며 “폴리마켓(블록체인 기반 예측 플랫폼)에 따르면 리플 ETF가 올해 승인될 가능성은 76%인 상황으로 리플 현물 ETF 승인 시 선물과 달리 실제 리플을 매수해야 하므로 직접적인 리플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우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앳킨스 취임으로 크립토 현물 ETF 승인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올해 안에 ETF로 승인될 확률이 80%를 육박하는 알트코인만 10여종에 달한다”고 진단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