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두고 ‘수성전’ 펼쳐…수익률· 맞춤 서비스 강화 중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넘어선 가운데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맞춤형 퇴직연금 서비스 출시를 확대하고 수익률 면에서 1위를 내세우며 적극 홍보에 나서고 있다.

 

 4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로 이동한 규모는 ‘은행으로부터 은행’이 7989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은행으로부터 증권사’가 6491억원, ‘증권사로부터 증권사’가 4113억원 순이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증권업 성장 및 수익 다변화 수혜 전망’ 보고서 “확정급여(DB)형 계좌는 여전히 은행과 보험업권에 대한 선호가 강하지만,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한해서는 증권업으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에 은행권에선 자사 은행에서 퇴직연금 고객이 이전하지 않도록 묶어두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향상과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전체 시중은행 퇴직연금 사업자 중 DC형과 IRP의 원리금비보장상품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점을 내세웠다. 금감원 통합연금포털의 올 1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 공시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DC형과 IRP 원리금 비보장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각각 3.57%와 4.01%를 기록했다. 해당 수익률은 시중은행 중 1위이자 전체 은행 및 증권사를 포함해도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민은행은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보다 디폴트옵션과 타깃데이트펀드(TDF) 등 자산배분전략 상품으로 운용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거두도록 설계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수익률에서는 신한은행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IRP의 원리금 비보장 10년 운용수익률은 신한은행이 3.53%를 나타냈다. DC형 퇴직연금의 10년 수익률도 신한은행이 3.69%로 가장 높았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다인 190개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라인업 구축 ▲신한 SOL뱅크 나의 퇴직연금 전면 개편 ▲영업점 무서류 IRP 신규 서비스 도입 등을 통해 고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의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1분기 말 기준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적립금 41조2443억원을 기록해 시중은행 적립금 순증 1위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퇴직연금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신규 서비스를 내놓는 등 적극적이다. 은행권 최초로 퇴직연금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하나 MP구독서비스를 출시하고, 모바일 앱과 인터넷 홈페이지를 사용자 친화적으로 전면 개편했다. 이 서비스는 퇴직연금 자산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맞춤형 투자 포트폴리오를 카카오톡으로 고객에게 주기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한 하나은행은 업계 최초로 운영 중인 연금VIP손님 대면 상담 채널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하나원큐앱에서도 만나볼 수 있도록 온라인 연금 더드림 라운지를 신설했다. 

 

 업계에선 퇴직연금 고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신평은 “퇴직연금 확대는 금융상품 판매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고액·고령 자산가를 기반으로 개인연금 및 자산관리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어 향후 수익 확대의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부동산 투자은행(IB) 부문이 위축되고 해외주식 위탁매매 부문의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이 고성장을 유지하는 점도 퇴직연금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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