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사퇴했다. 사실상 6·3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유일한 국무총리이자 역대 단일 정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날 한 전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총리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대국민담화에서 “저는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직을 내려놓는다”며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의 정치를 버리고 협치의 기틀을 세우지 않으면 누가 집권하든 분열과 갈등이 반복될 뿐”이라며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우리가 여기서 멈출지 모른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무엇이 제 책임을 완수하는 길인가 고민해 왔다”며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하고자 저의 직을 내려놓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는 김대중(DJ)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과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노무현(참여)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이명박(MB)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윤석열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며 관료로서의 삶을 살아와 대선 후보군에서는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한 전 총리 측은 초당적 관점에서 국민의힘 후보뿐만 아니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등 모든 사람에게 문을 열어놓고 단일화를 논의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을뿐더러,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저도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출 막바지에 왔고 잘 될 것으로 보는데 우리 당원들이 납득할 방법으로 (단일화가) 돼야하지 않겠냐”며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김 후보는 한 대행과의 단일화가 정당정치를 훼손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정치는 늘 열려있고 유연하기 때문에 그 자체가 정당정치의 훼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 전 총리는 1일까지는 대행직을 수행하고, 2일 0시부로 사표가 수리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 전 총리의 대통령 권한대행직은 2일 0시부로 국무위원 서열 3위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로 넘어간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27일 국회에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부터 헌법재판소가 소추를 기각한 지난 3월 24일까지 88일간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바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