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들 피눈물 나게 하는 전세사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전세사기 누적 피해자 수가 3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 일몰이 2년 더 연장됐지만 한계가 명확해 전세사기 예방과 근절을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지난달 9일부터 세 차례 전체 회의를 열어 피해자 결정 신청 1905건 중 874건을 가결했다고 1일 밝혔다. 특별법상 피해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552건은 부결됐고,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했거나 최우선변제금을 받아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는 201건은 피해 인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선 심의에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이의신청을 낸 사람 중 110명은 피해자 요건을 충족한다는 사실이 확인돼 이번에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됐다.
이로써 지난해 6월1일 특별법 시행 이후 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2만9540명이 됐다.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피해 인정을 시작한 지 1년 11개월 만이다.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 3년여가 지났지만,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올해 들어서도 1월 957명, 2월 1258명, 3월 873명 등 매달 1000명 안팎의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피해자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전세사기 피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에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세삭 특별법 종료 시점을 2년 연장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5월31일 만료되는 전세사기특별법의 유효 기간을 2년 더 늘리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세사기특별법은 2023년 6월1일 시행된 2년 한시법이다. 전세사기특별법에는 LH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경·공매로 사들이고, 이때 생기는 차익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내용과 각종 금융·주거 지원 방안 등의 내용이 담겼다. 피해자 인정 및 지원 기간이 2년 더 늘어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 공백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특별법 연장만으론 전세사기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별법은 피해자 구제에 초점을 맞춘 법안이기에 전세사기 예방과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집주인-세입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임차권 등기 의무화를 통해 등기부등본을 보면 누가 세입자로 들어와 있고, 계약 기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이며, 보증금이 얼마인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임차권설정등기 의무화가 전세시장 안정화의 해법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등기 비용의 현실화, 임대인의 협조 확보 방안 등 세부적인 과제들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양형기준 강화 등 후속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