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전성시대다. 뷰티 산업은 2017년 발생한 사드 사태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K콘텐츠의 전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최근 다시 호황기를 맞았다.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수출액은 102억 달러(약 15조원)로 사상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프랑스(233억 달러), 미국(112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해외에서의 러브콜이 쏟아지자 대기업뿐 아니라 신생∙인디 브랜드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현지 마케팅과 유통을 위해선 준비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누리하우스는 K뷰티 산업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백아람 대표가 창업한 K뷰티 원스톱 커머스 플랫폼이다. 그는 K뷰티 브랜드 클레어스로 유명한 위시컴퍼니를 공동 창업해 10년간 몸담았다. K뷰티 브랜드의 수출부터 마케팅까지 한 번에 지원해주는 서비스가 있으면 어떨까. 누리하우스는 그렇게 탄생했다.
백 대표는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에 “2025년은 확장과 고도화의 해”라며 “우리의 비전은 크리에이터 데이터 기반의 AI 매칭 시스템, 글로벌 온보딩 시스템, 콘텐츠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크리에이터 기반 글로벌 확장 플랫폼(Creator-Powered Global Expansion Platform)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K뷰티 전문가의 혜안, 크리에이터 입소문에 주목
누리하우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K뷰티의 해외 진출을 돕는 마케팅 플랫폼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오락을 넘어 일상이 된 요즘, 유튜버나 틱톡커 같은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은 전통적인 대중매체와 맞먹을 정도로 커졌다.
위시컴퍼니 창업 때부터 15년간 뷰티 산업에 몸담은 백 대표는 이 같은 최신 트렌드에 누구보다 밝고, 실제 K뷰티 브랜드들의 고충을 꿰고 있는 전문가다. 그는 위시컴퍼니에서 클레어스를 성공한 K뷰티 브랜드 중 하나로 키우면서 깨달은 점을 누리하우스 창업에 발휘했다.
백 대표는 “위시컴퍼니에서 클레어스를 함께 성장시킨 경험은 제 인생에서 가장 값진 여정 중 하나였다”며 “공동 창업자로서 10년간 K뷰티 브랜드를 글로벌 시장에 알리는 과정을 직접 겪으며, 한국 뷰티 산업이 가진 콘텐츠적 힘과 세계적인 확장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느낀 가장 큰 과제는 단순한 제품 수출을 넘어서 브랜드와 유저, 글로벌 크리에이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마케팅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K뷰티를 비롯한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누리하우스를 창업했다. 대표 서비스로는 해외 크리에이터와 K뷰티 유저들의 커뮤니티인 누리라운지가 있다.

누리라운지에서는 현재 한국과 북미를 중심으로 7만명 이상의 외국인 크리에이터가 활동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그동안 300곳 이상의 K뷰티 브랜드와 협업해 해외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콘텐츠 중심의 마케팅을 펼쳐왔다.
비교적 빠른 기간에 국내 최대 규모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로 성장한 비결을 묻자 백 대표는 “좋게 봐줘서 감사하다”면서도 “처음부터 큰 규모를 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숫자보다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크리에이터를 선별하고 유도하는 질 중심의 커뮤니티를 지향해 왔다”며 “그래서 성장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영향력은 매우 단단하다”고 자신했다.
백 대표는 북미 커뮤니티를 처음 오픈했을 때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 난다고 전했다. 그는 “사전 마케팅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는데, 기존 크리에이터들의 자발적인 추천과 바이럴로 하루 만에 800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글로벌 확장의 가능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폭발적인 초반 반응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 시스템에 있다. 백 대표는 “누리라운지에서는 브랜드가 캠페인을 등록하면, 각 크리에이터의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합도를 분석해 최적의 인재를 추천한다”며 “단순 매칭을 넘어, 타깃층과 콘텐츠 성격에 맞춘 정밀한 연결이 가능하도록 기술과 운영 방식을 계속 고도화해왔다”고 설명했다.
K뷰티에 대한 외국인 크리에이터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다. 실제로 누리라운지에서 K뷰티 캠페인을 소개하면 북미 지역에서는 평균 5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다.

◆크리에이터 리뷰의 진정성이 무기…현장 소통도 계속
도합 15년간 뷰티산업에 종사하면서 눈부신 변화를 실감한 그다. 한국 뷰티산업의 수출 시장이 중국, 일본을 넘어 북미, 유럽, 동남아, 중동까지 전 세계로 확장했고 수출 규모도 1조원에서 15조원으로 성장했다.
백 대표는 “이처럼 확장하는 시장에서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리뷰어가 아니라, K뷰티를 문화 콘텐츠로 확장시키는 핵심 주체가 됐다. 누리하우스가 이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유명 뷰티 크리에이터가 리뷰한 화장품이 하루 아침에 스타덤에 오르고,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요즘이다. 소비자들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에 반응하는 이유를 묻자 백 대표는 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한 광고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 속 이야기로 제품을 소개하기 때문”이라며 “정제된 이미지보다 더 믿을 수 있고, 친구의 추천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진정성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리하우스는 K뷰티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네트워킹의 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누리하우스가 자체 운영하는 커뮤니티 행사인 누리데이가 있다. 정기 누리데이는 격월로 진행되며, 100명 이상의 글로벌 크리에이터들과 5개 내외 K뷰티 브랜드가 참여해 콘텐츠 교류와 파트너십을 이어가는 장이다.
누리하우스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서울콘 K뷰티 부스트 행사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연말 열린 행사의 경우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소비자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백 대표는 짚었다.
그는 “당시 코스알엑스, LG생활건강, 비디비치 등 국내 대표 K뷰티 브랜드 16개사가 참여했고, 현장에는 1300명 넘는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방문했다”며 “행사가 끝난 이후에 이어진 크리에이터 참여 캠페인을 통해 5000개 이상의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생성되며, K뷰티에 대한 지속적인 글로벌 바이럴 효과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올해 역시 서울콘과 함께 더욱 진화된 형태의 K뷰티 부스트 행사를 기획 중”이라며 “이와 별도로 올 가을 뉴욕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한류 주간 행사에도 참여해 K뷰티의 글로벌 확산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6월 자체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 공식 론칭
누리라운지는 단순한 홍보 플랫폼이 아니라, 크리에이터 기반 마케팅부터 커머스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솔루션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플랫폼 내에는 다양한 유형의 글로벌 크리에이터들이 활동 중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커머스 전환에 특화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누리라운지는 이러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라이브 커머스, 어필리에이트(링크 기반 구매 전환), 공동구매 등 브랜드와 연결되는 다양한 커머스 모델을 실험하고 구축해왔다.
누리하우스가 직접 운영하는 크로스보더(국경 간 거래) 커머스 채널에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크리에이터들과 연계된 콘텐츠를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판매로 이어지도록 설계하는 방식도 있다.
백 대표는 “오는 6월에는 그동안 준비해온 자체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을 공식 론칭할 예정”이라며 “한국의 우수한 제품들을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연계해 해외에 온보딩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게 될 예정이라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넥스트 스테이지를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는 누리하우스에게 있어 중요한 해다. 백 대표는 “2025년은 누리하우스에게 확장과 고도화의 해”라며 “우선 올해는 누리라운지 크리에이터 커뮤니티를 북미와 한국에서 더욱 강력하게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올 하반기에는 일본 외에 추가로 1~2곳 정도의 지역으로 확장하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와의 글로벌 캠페인을 더 다양하고 정밀하게 실행할 계획이다. 특히 6월 오픈하는 크로스보더 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 기반 커머스를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에 연결할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단순한 마케팅 플랫폼을 넘어, K뷰티를 포함한 K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세계로 확산되는 데 필수적인 글로벌 유통 인프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다.
백 대표는 “이를 위해 크리에이터 데이터 기반의 AI 매칭 시스템, 글로벌 온보딩 시스템, 그리고 콘텐츠 커머스까지 아우르는 크리에이터 기반 글로벌 확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