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연말 5세대 실손의료보험 출시 계획을 밝히면서 의료계에선 보험사 이익에 치중되고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불공정한 개편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여기에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5세대로 강제로 전환하는 내용이 개혁 방안에서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도 제기된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 개혁 방안이 공개되자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잘못된 경증, 중증 환자분류로 인해 자칫 꼭 진료가 필요한 환자까지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과 실손 외래 본인부담률 대폭 인상으로 인해 환자의 적정 진료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래 5세대 실손보험엔 과잉 치료 논란이 제기된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치료 등만 보장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비급여 주사제도 5세대 실손보험 보장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비급여 항목에 대해 별도 관리제도를 적용하는 관리급여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관리급여에 포함될 경우 환자는 95%까지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게 된다. 의협 실손대책위원회는 “이 방식은 비급여를 통제하는 목적으로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사용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체계의 왜곡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보험업계와 의료계 모두 5세대 실손보험 전환과 관련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21년 7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면서 계약 전환 제도를 실시했지만 갈아탄 비율은 저조했다.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본인이 가입한 회사의 4세대 실손보험으로 계약을 변경하도록 하고, 전환 계약 1년간 보험료의 50%를 할인했다. 그러나 2021년 7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누적 전환 건수는 83만건으로, 전환율은 2.07%에 그쳤다.

5세대 실손보험은 전체적으로 4세대와 유사한 구조이나 급여 외래 진료의 경우 본인부담률이 건강보험과 연동되면서 인상되고, 비중증 비급여의 경우 관리급여가 도입된다. 장영진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가 체감하기에 다소 불리한 구조로 인식될 수 있다”면서 “보험사와 정책당국은 기존 4세대 실손보험의 보험료 할증·할인 정도, 올해 조정되는 4세대 보험료 인상률 등에 대한 통계를 보다 정확히 분석하고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들 가입자의 계약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보험금 누수 등 실손보험을 개편하는 근본적인 취지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제공받던 보장이 확연하게 줄어드는 5세대로 갈아탈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장 입법조사관은 “정부는 전환에 따른 전체적인 득실(보험료·자기부담금 등) 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고, 궁극적으로 본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 여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비급여 진료 남용 여부에 대한 실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급여 진료 남용 억제 방안을 강구하는 개혁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