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한 대행은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을 다시 한번 모색해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국회를 통과한 주요 법안이 한 대행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벌써 이번이 일곱 번째다.
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기업의 경영의사결정 전반에서 이사가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됨으로써, 적극적 경영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높다”고 발언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현행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도입도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및 사회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 전체로 확대해 대주주와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업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최소한의 장치”라면서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액주주와 국민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폭거이며, 대한민국의 경제 정의를 퇴행시키는 반민주적 만행”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재표결에 돌입한다. 재표결 법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가결된다. 요건 불충족 시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 의석이 192석임을 고려하면 이들이 모두 찬성하더라도 200명을 넘지 못한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