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의선 회장, 미국 210억 달러 투자 결정…트럼프 면세 혜택 화답

현대차그룹이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5일 미국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향후 4년동안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AP/뉴시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210억 달러(31조원)에 달하는 전략적 투자를 전격 결정했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북미 시장 투자는 오는 2028년까지 자동차, 철강, 미래산업 및 에너지 분야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이번 투자는 전동화∙자율주행∙원자력 등 차세대 산업 재편을 위한 선제적 행보이며 미국 내 입지를 확고히 다지는 동시에 한미 경제협력에도 물꼬를 틀 전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5일 미국 백악관에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을 국내 경제인으로는 처음로 만나 이러한 청사진을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현대차의 투자 계획을 직접 소개하며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현지 생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더 나아가 현대차에 대해 어느 정도 관세 유예를 시사한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향후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관세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투자 발표로 1986년 미국 시장 진출 후 현재까지 현지에 총 205억 달러(30조원)를 투자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액은 총 415억달러로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IT업체 소프트뱅크, 대만 반도체업체 TSMC의 대미 투자 계획 발표에 이어 한국 기업을 대표한 이번 발표로 더욱 주목받게 됐다.

 

◆막강한 생산능력은 기본…첨단 기술까지

 

현대차는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 위치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생산 능력을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고, 앨라배마∙조지아 공장의 설비 현대화에도 투자를 병행해 총 12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

 

자동차 부문에만 86억 달러가 투입되며, 이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부품∙물류∙철강 부문에는 61억 달러가 투입된다. 루이지애나에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 저탄소 자동차 강판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함으로써 관세 등 대외 리스크를 줄이고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전기차 배터리팩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조달 비율을 높여 미국 내 부품 현지화율도 끌어 올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산업∙에너지 부문에 63억 달러를 책정했다. 먼저 로보틱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도심항공교통(AAM) 등의 분야에서 미국 기업들과 협업을 확대한다. 현대차는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 슈퍼널, 모셔널을 통해 로봇∙AAM∙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나섰으며, 엔비디아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자율주행 기업 웨이모와는 아이오닉 5를 활용한 무인 택시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SMR(소형모듈원전) 및 태양광 사업에도 진출한다. 현대건설은 미시건주에서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SMR 건설에 착수하고, 현대엔지니어링은 텍사스에서 태양광 발전소 상업운전을 준비 중이다. 또한 미국 내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기차 초고속 충전 연합체 아이오나(IONNA)에도 참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향후 4년동안 210억달러(약 30조8175억원)의 (대미) 신규투자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오른쪽 네번째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성 김 현대차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AP/뉴시스

 

◆국내 투자도 사상 최대 규모!…다른 기업들도 동참할까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간다. 올해 국내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으로, 연구개발(R&D)과 전동화 생산 인프라, 전략 기술 내재화 등에 집중된다.

 

연구개발엔 11조5000억원이 배정되며, 이를 통해 수소, SDV(소프트웨어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 자율주행 등 핵심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기아 화성 EVO 플랜트가 본격 가동에 들어가며, 현대차 울산 EV 전용공장은 2026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국내 및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다른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 계획 동참도 이어질 전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현대차그룹 발표 자리에서 “유연성”이란 단어를 언급하며 미국 경제에 기여한 나라나 기업에 관세 유예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미국 시장이 중요한 다른 국내 기업들도 뒤를 이어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 확실시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누군가 첫 스타트를 끊어야 했는데 현대차그룹이 그 역할을 했다”며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