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사 수익성의 바로미터 정제마진이 최근 급등하며 정유업계가 봄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도 유의미하게 떨어질지 관심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복합 정제마진이 1월 3.2달러로 출발해 지난달 4.9달러, 이달 7.6달러로 상승 중이다. 특히 지난주 정제마진은 8.7달러까지 치솟았다. 두 달 전과 비교해 거의 3배 가까이 오른 셈. 정제마진은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료인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통상 4~5달러를 손익 분기점으로 본다.
지난 5일 브렌트유가 배럴당 68.33달러로 2021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유가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정제마진도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가 떨어진 배경은 여러 가지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 OPEC+가 감산을 다음달 해제하기로 했다. 또 최근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유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전 세계 정제설비 순증설이 제한돼 공급 부담이 줄어드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올해 석유 수요가 110만∼140만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순증설 규모는 약 30만배럴에 불과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가능성에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원활해질 거란 기대감도 있다. 그간 러시아가 중국, 인도 등에 저렴하게 원유를 팔면서 러시아산을 들이지 않는 국내 정유업계는 상대적으로 원가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였다.
미국이 수입하는 캐나다, 멕시코산 원유에 관세가 붙으면서 미국 정제설비의 가동률이 하락한 점도 국내 업계에는 호재다. 미국은 캐나다로부터 400만배럴, 멕시코에서 40만배럴의 석유를 매일 수입하고 있다.
관세 폭탄에 미국 수출길이 막힌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캐나다산 원유는 중동산과 비교해 배럴당 15달러가량 저렴하다. SK이노베이션도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캐나다산 원유가 넘어올 경우 더 싼 원유를 구매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호재가 국내 주유 요금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도 관심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및 경유의 주간 평균가격이 4주 연속 하락했지만 이달 주 기준 여전히 각각 1715.8원, 1581.8원으로 소비자가 체감을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2~3주의 시차가 발생하는 만큼, 향후 기름값 변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