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폭탄]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 비상… “미국 수출협상 어려워”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2일 경기 화성시 지제이알미늄에서 열린 ‘미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현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오늘부터 우리 제품에도 미국 관세가 적용된다는데….”

 

전 세계의 철강·알루미늄을 향한 트럼프발 25% 관세가 12일 일제히 발효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닌 만큼 포스코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경기 화성시의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지제이알미늄)에서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주재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한 중소기업 대표는 수출 물량의 축소 가능성에 걱정이 많다고 호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알루미늄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리면서 관세 적용 대상 역시 253개 파생상품으로 확대했다. 볼트, 너트, 스프링 등 166개 파생상품은 이날부터 곧바로 관세가 적용되고 범퍼, 차체, 서스펜션 등 자동차 부품과 가전 부품, 항공기 부품 등 87개 파생상품은 미국 상무부의 추가 공고가 있을 때까지 적용이 유예된다.

 

국내 철강·알루미늄 중소기업들이 악영향을 우려하는 가운데 정부도 수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책반을 꾸려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오 장관도 이곳 업체 현장을 둘러본 뒤 기업 관계자들로부터 애로사항을 듣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는 “올해부터 에어컨, 열교환기 및 변압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에 대해 미국 현지 기업과 연간 500만달러 상당의 수출 계약을 진행 중인데, 이번 관세 조치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한성 신진화스너공업 대표는 “원자재 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이다. 국내 철강과 알루미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시장에 중국산 저가 제품이 아무 제재 없이 수입되고 있다. 나라에서 최소한의 방어벽이라도 마련해줘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인학 광스틸 대표는 “제품 원가에서 금속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로 관세 변동에 민감한 구조를 갖고 있다”며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대외경쟁력이 저하되고 장기 수출계획 수립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밖에 미국의 관세 정책이 계속해서 바뀌는 등 불확실한 만큼 정부가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을 강화해달라는 제안 등이 나왔다.

 

중기부는 관세 피해 기업에 대한 신속한 지원 체계 마련을 위해 긴급대응반을 가동하기로 했다. 또한 관세가 예고된 반도체와 자동차, 의약품 등 품목도 선제적 분석을 통해 지원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긴급경영안정자금의 경영애로 사유에 ‘보호무역 피해’를 추가해 경영 정상화 자금을 지원하고 피해 기업에 대해서는 긴급 경영안정보증 신청서류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오 장관은 “관세 피해가 우려되거나 관세 피해를 본 수출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 수출국 다변화 등을 적극 돕겠다”며 “미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이 1800여 곳인데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 맞춤형 지원은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빠르게 파악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모든 국가에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한국만 특별히 대미 수출 경쟁에서 더 불리해지는 것은 아니며, 일각에선 수출 물량 상한이 없어지면서 한국 철강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세아제강지주와 세아제강 등 일부 철강업체도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캐나다∙멕시코가 미국의 철강 규제로 인해 수출 점유율이 줄어들 경우 한국 업체가 이를 일부 대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동 국가 간의 LNG 프로젝트 확대에 따라 송유관 등 강관 제품도 수출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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