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쇄빙선, K-조선에 새 먹거리 될까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쇄빙선. 한화오션 제공

 북극은 일년 중 대부분이 얼음으로 뒤덮여 일반 선박이 항해할 수 없다. 이에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려면 쇄빙선(Icebreaker) 투입이 필수다. 쇄빙선은 말 그대로 얼음을 깰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특수 선박이다. 북극해나 남극대륙처럼 얼어있는 바다에서도 독자적인 항해가 가능하다.

 

 최근 쇄빙선이 국내 조선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탐내는 등 북극 패권 확보를 향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장기적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린란드는 경제∙군사∙지정학적으로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석유, 희토류 광물을 포함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오는 2030년경 연중 운항이 시작될 북극항로는 중동의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 대비 거리 및 운송비가 40%가량 효율적이다. 또 미국으로선 그린란드가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가 될 수 있다. 

 

 트럼프발 북극 지역 패권 다툼이 가열되면 자연스럽게 쇄빙선 관련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분류되는 쇄빙선은 얼음을 깨고 항해하기 위해 특수 도료와 초고강도 특수 후판이 사용된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당 약 6000억원으로 대략 일반 선박보다 30~50% 비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얼음을 깨야하는 선박이기 때문에 두껍고 강한 후판과 영하 50도의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열처리가 돼야 해서 자재비도 많이 들어가고 기술도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K-조선에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면서 한국 조선사의 쇄빙선 수주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말 미국을 방문해 고위 당국자를 면담하며 군함, 탱커, 쇄빙선 등을 미국이 패키지로 장기 대량주문을 할 경우 국내 조선사들이 협력해 미국 주문 물량을 우선으로 제작, 납품할 수 있다는 제안을 했고 미국 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쇄빙선 수혜를 볼 국내 조선 업체로는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꼽힌다. 한화오션은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시절 세계 최초로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건조했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즈베즈다 조선소와 쇄빙 LNG선 등을 함께 건조한 경험이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쇄빙 LNG 운반선 분야에선 국내 업체들의 기술력이 독보적이다”라고 전했다. 

 

 다만 당장은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존스법(Jones Act)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미국이 1920년 제정한 존스법은 자국 연안을 항해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미국 항만을 오가는 모든 화물은 미국인 선원이 탑승한 미국 선적의 선박에만 운송하도록 내용도 포함된다. SK증권은 지난달 5일 보고서를 통해 “존스법이 개정되거나 예외 조항이 발효되지 않는 이상 한국 조선소에 발주가 들어오기는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또 “쇄빙선은 일반 선박보다 가격이 약 30~50% 비싸기 때문에 구입보다 러시아의 쇄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 단기간에 쇄빙선 발주가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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