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수소차 시장 성장이 더디지만 ‘퍼스트 무버(First Mover)’ 현대자동차는 흔들림 없이 달린다.
24일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전기차(FCEV)는 1만2866대로 전년보다 21.6% 감소했다. 2022년 2만704대로 고점을 찍은 뒤 2023년(1만6413대) 감소세로 꺾인 데 이은 2년 연속 역성장이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지난해 넥쏘와 일렉시티를 앞세워 총 3836대를 판매해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전년 대비 23.5%나 줄었다. 한국 시장에서 넥쏘 판매 부진이 현대차 내수 판매 악화의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일본 토요타도 미라이와 크라운 모델을 합쳐 1917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전년보다 무려 50.1% 감소한 수준이다.
시장은 침체에 빠졌지만 수소차에 대한 현대차의 ‘뚝심’은 여전하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었고 2018년 수소차 넥쏘를 만들었다. 수소차 선구자인 현대차는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수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수소 신차를 내놓는다. 지난해 공개된 넥쏘 후속 모델의 콘셉트 디자인인 ‘이니시움(INITIUM)‘이 드디어 출격한다. 이니시움은 현대차의 신규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적용해 수소차의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형태의 모델이다. 특히 650㎞ 이상의 주행거리, 150㎾급 모터 출력, 개선된 연료전지 시스템 등을 통해 기존 넥쏘보다 성능을 대폭 향상했다. 현대차는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차를 통해 반등을 노린다는 각오다.
다만 수소차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충전 인프라 확대와 경제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대차는 수소 생태계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달 20일 서울 엘타워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 추가 등 정관 변경 안건을 다룬다. 현대차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사업 목적에 ‘수소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할 참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앞으로 수소 밸류체인(수소 생산∙운송∙저장∙활용) 관련 사업을 크게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현대차는 수소 밸류체인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2033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수소 밸류체인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수소 생산과 운송, 저장∙활용 등을 아우르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 역량을 결집해 수소의 생산∙운송∙저장∙활용 모든 단계에서 소비자에게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동맹 기업인 토요타자동차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수소차 시장을 주도하는 두 기업은 지난해 말부터 수소 생태계 구축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2024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취재진과 만나 “(도요타와) 수소를 이야기해서 같이 좀 잘 협력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