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경제 좀먹는 미분양 사태] GDP 성장률 낮추고 후방산업도 휘청... 미분양 증가 ‘나비효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톤(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멘트 내수 출하량이 4000만t까지 떨어지면 1990년 3390만t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출하량을 기록하게 된다. 뉴시스

 미분양 주택 증가로 인한 지방 부동산 시장 위축은 건설경기 침체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이는 다시 내수 부진과 경기회복 지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건설업은 내수 경기에 영향력이 큰 산업이어서 건설경기 침체가 국가 경제 성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하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에 머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의 올해 수정 성장률 전망치도 1.6∼1.7%로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올해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올해 투자∙소비∙수출 등 주요 지표가 모두 악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건설업 침체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 국내 건설투자액은 298조원으로 전년 대비 2.7% 감소하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포인트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건설투자의 GDP 비중은 약 15%에 이른다. 건산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건설경기가 침체기에 들어섰는데 하강 속도가 매우 빠른 것으로 판단되며 침체 상황은 올해도 지속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착공 물량 감소는 고용 감소로도 이어진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건설업 취업자는 192만1000명으로, 2017년 1월 188만9000명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보다 취업자는 16만9000명(-8.1%) 급감하며 2013년 산업분류 개편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건설업 취업자는 9개월째 줄고 있고, 감소 폭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통계에서도 건설경기 침체의 심각한 여파를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구주가 전기∙하수∙건설업에 종사하는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6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감소했다. 같은 3분기 기준으로 6년만에 처음 줄었으며, 감소 폭은 2006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경기가 부진하면 건설 후방산업도 휘청인다. 철강과 시멘트∙레미콘 업계는 건설 자재 발주가 급감하면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골조 공사에 필요한 철근은 최근 판매량과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건축 주요 자재인 시멘트∙레미콘업계 역시 불황이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2021년 이후 5000만t 이상을 기록한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해 4419만t으로, 전년보다 11.6%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4000만t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레미콘 전국 출하량은 1억3583만㎥으로 지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레미콘 출하량은 아직 발표 전인데 IMF 금융위기 이후 최소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셔터를 내리는 공인중개소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만4379곳, 휴업한 공인중개사무소는 1438곳이다. 총 1만5817개 공인중개사무소가 문을 닫은 셈이다. 폐∙휴업은 2019년(1만6749곳) 이래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일 공인중개사무소 43곳이 아예 사업을 접거나 잠시 중단했다. 같은 기간 1만2223곳이 개업했지만 개업보다 폐∙휴업한 업체 수가 3594곳 더 많다.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시행된 제35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15만 4699명이 응시했는데, 전년 대비 약 4만 5000명 감소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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