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가 여전히 침체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2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보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나오는 상황이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달 2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2023년 2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과 11월 2연속 금리를 낮추며 피벗(통화정책방향 전환)을 단행했다. 올해 첫 금통위였던 지난달에는 금리를 묶었다.
고환율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킨 후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돌파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본격적으로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변동성이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리 동결을 발표한 후 "경기만 보면 인하가 당연하지만 (국내 정치 불안 등에) 환율이 필요 이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오는 25일 열릴 금통위에서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 환율은 지난달보다 30원 가까이 내리는 등 안정세를 되찾았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 타격 우려가 커졌다. 여기에 탄핵 정국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여전히 위축됐고 콘트롤 타워의 부재로 경기 하강 리스크는 높아졌다. 추가경정예산은 여전히 여야 합의에 실패하면서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21일 금융투자협회가 12일부터 17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196개 기관, 947명)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5%가 이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성장과 물가가 잠재성장률과 한은 목표에 미달하면서 중립금리 이하로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동결을 예상하는 쪽에서는 환율 변동성과 물가를 우려한다. 지난달보다 환율은 안정세를 찾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널뛰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는 등 금리 인하 지연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더불어 지난달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만에 다시 2%에 올랐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리 인하가 다시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더해진다.
수정된 경제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같은 날 새로운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데, 내수 회복 지연에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출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올해 성장률은 2.1%에서 1.9%로 낮춘 바 있다. 지난달에는 이례적으로 한은 자체 블로그를 통해 1.6~1.7%로 수정해 발표했다. 이 총재는 최근 국회 현안 질의에서 “올해 성장률을 다시 보고 있다”고 하는 등 성장률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1.5%로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1.6%로 예상했다. 민 연구원은 “무역정책 불확실성, 수출 둔화,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경기 저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중반 추경 편성을 통한 정부지출 확대로 올해 중반부터 내년까지는 경기의 완만한 반등을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