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가운데 총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90%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실물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감소하는 등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에서 은행들이 비이자이익을 증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의 ‘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와 은행의 전략 변경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지난해 1~3분기까지 총이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88.6%로 나타났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대출 위주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88.6%에 달하는 이자이익 비중 중 대부분이 대출에 의한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의 총자산 대비 대출 비중 역시 2002년 50%를 넘어선 이후 꾸준히 증가하면서 지난해(1~3분기) 61.5%까지 올랐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 실적을 보면 이자이익은 대출 확대와 높은 예대마진으로 큰 폭으로 뛰었지만, 비이자이익에선 유가증권, 외화환산 손실 등으로 하락했다.
지난해 국민은행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3.6% 늘어난 10조2239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5.2% 증가한 8조8370억원, 하나은행은 2.3% 줄어든 7조7385억원, 우리은행은 1.7% 증가한 7조5662억원 순서로 나타났다.
반면 은행의 비이자이익은 하락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1조712억원으로 전년 대비 59%나 증가했다. 4대 은행 중 비이자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데에는 자산관리(WM), 기업금융(IB) 등에서 호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신한은행의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20.6% 증가한 5206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의 비이자이익은 6871억원으로 전년 대비 30.2% 급감했다. KB국민은행의 비이자이익은 4894억원으로 전년 대비 16.7%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대출 위주의 영업으로 수익을 올린 은행들이 수익 다변화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대출의 근간이 되는 우리나라 실물경제의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고 향후 1%대 성장률이 전망되는 등 실물경제 여건이 대출 위주의 수익 전략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돼 은행의 가계 대출 위주 수익 전략의 매력도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억제 정책이 지속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데다 자본시장이 점차 발전해 가는 상황에서 기업대출 수요도 크게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국내 은행이 직면하는 경제·금융 환경이 대출 비즈니스에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구조적인 변화를 보여 향후 대출 위주 수익 창출 전략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이자이익 증대는 단순히 경기 변동성이 높은 이자이익 비중을 줄여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하려는 차원을 넘어 향후 대출 수요 감소 등에 따른 이자수익 축소에 대비해 전략을 변화하는 차원”이라면서 “수수료 수입 제고, 벤처투자 활성화, 중소기업에 대한 회계·경영자문·컨설팅 등 비이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인구 고령화에 대비한 신탁·자산운용 비즈니스 확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