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리 나는 지방 주택 시장... 지방 분양 비중, 14년 만에 최저

대구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뉴시스  

 부동산 침체로 지방 주택 시장에 매서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전국 분양 물량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4일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부동산R114랩스 자료를 토대로 연도별 분양물량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서 분양한 16만373가구 가운데 지방 물량은 7만5668가구(47.2%)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는 2022년과 2023년보다 각각 13.3%포인트, 1.6%포인트 줄어든 수치로 2010년(45.7%)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지방 분양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2011년 전체 분양한 17만7822가구 가운데 지방 물량은 70%에 해당하는 12만4467가구였고, 2012년에도 18만7683가구 중 13만5644가구(72.3%)가 지방에 공급됐다. 이후에도 대부분 절반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60.5%에서 2023년 48.8%로 감소하더니 지난해는 더욱 줄어들었다.

 

 지방 분양 비중 감소는 지방 주택 시장의 현주소를 알려준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였던 서울∙수도권 일부 지역과 달리 지방은 최근 수년간 침체가 지속하고 있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적체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를 기록해 4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중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물량은 총 1만4802가구로 전체의 79.4%나 차지했다.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은 2022년 말 6226가구에서 2023년 말 8690가구로 늘어난 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사업 시행자들은 할인 분양을 해서라도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들은 공급 과잉 우려와 사업성 부족 등으로 지방에서 계획했던 사업들을 미루는 분위기다.

 

 완공된 뒤에도 불 꺼진 새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금융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부도나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건설 업체 폐업 신고 건수(변경∙정정∙철회 포함)는 31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뺀 61%(192곳)가 지방 업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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