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금융그룹의 신뢰성을 겸비한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하겠습니다.”
KB핀테크는 KB금융그룹의 손자회사이자 KB캐피탈의 자회사다. 대출비교서비스 ‘알다’를 운영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팀윙크를 모태로 하는 KB핀테크는 2023년 12월 KB캐피탈에 인수됐다. 지난해 11월 KB핀테크로 사명을 변경하며 진정한 KB금융의 일원으로 거듭났다.
2023년 5월 팀윙크의 대표이사를 맡은 강정훈 대표는 KB핀테크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KB금융의 일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과 함께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3일 강 대표를 만나 KB핀테크의 미래를 들어봤다.
◆회사원에서 대표로
시작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2010년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강 대표는 “처음 현대카드 인턴십을 할 때는 오토리스 기획팀이었다. 그러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했고 재무팀에서 업무를 시작했다”면서 “당시에는 해외채권 발행 준비 업무를 주로 했었다. 이후에는 자금 운용하는 업무, 은행이나 기관들의 크레딧 라인을 여는 여신 업무들도 같이 맡았다. 재무 업무 위주로 하다 보니 카드나 캐피탈 업무를 잘 알진 못했다. 대신 은행이나 증권사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현대카드에서 디지털사업본부가 신설되면서 이동을 하게 됐다. 당시 현대카드에서 디지털 사업을 시작하면서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 디지털 오피스를 만들었다. 초기 멤버로 가게 돼 6개월 정도 지내며 여러 스타트업들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구글, 우버 등과 교류하면서 핀테크로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밝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2016년 11월 비바리퍼블리카(토스)로 옮겼다.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었다. 그는 “회사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지루하던 찰나에 링크드인(LinkedIn)을 통해 토스 HR 담당자의 연락을 받았다. 이직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고, 미국에선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 필요했지만 한국에선 잘 쓰지 않았던 상황이라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이후 이승건 토스 대표님을 만나고 금융 혁신에 대해 새로운 설명을 많이 들으며 끌렸다. 금융 시장 혁신에 자신감이 있었고 이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토스는 시작하는 단계였다. 막연한 도전이었지만 열정에 끌렸다. 그는 “동기들이 이직하면 금융권에 다른 경쟁사나 카카오, 네이버로 옮겼다. 제가 토스에 합류했을 때는 50명 정도였다.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사람들의 열정적인 모습에 진한 인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토스와 토스뱅크에서 6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대출 맞춤 추천 서비스를 출시하며 도약을 이뤄냈다. 강 대표는 “말 그대로 ‘유난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토스에 3년, 토스뱅크에 3년 있었다. 토스에 있던 3년 동안에는 매출을 위한 서비스를 기획했다. 금융회사들이 20~30대 트래픽이 많은 토스의 특징을 활용해 대출 상품 소개를 제안했다. 다만, 광고 형태로 진행하는 것이 토스의 철학과는 맞지 않아 내부에서 오랜 설득 작업을 거쳤다. 당시에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도 없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여러 개의 정보를 받아서 비교하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대출 비교 서비스의 시초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20개가 넘는 광고 제휴를 혼자서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운이 좋게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대출 비교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회사원이었던 그는 2023년 5월 팀윙크의 대표를 맡게 된다. 또 한 번의 도전이었다. 그는 “처음엔 대표를 하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없는 역할이라 생각해 거절했었다. 이후 KB캐피탈 분들과 여러 번 만나면서 대출 비교 서비스에 대한 내 열정을 다시 느꼈다”면서 “토스에서 6년 동안 있으면서 지쳐 있었던 것 같다. 새로운 것을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큰 자극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알다는 당시만 하더라도 시장 점유율이 하위권이었다. 이것을 키워보는 경험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꿈꿨다”고 전했다.
◆KB금융의 일원으로
KB캐피탈은 2023년 12월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팀윙크의 인수를 확정 지었다. KB금융의 신뢰를 활용할 수 있는 강점이 생겼다. 강 대표는 “아버지께서 국민은행을 오래 다니셨다. 돌고 돌아 KB금융에서 일한다고 했을 때 좋아하시는 걸 보고 운명인가 싶었다”고 웃은 후 “처음에는 KB금융과 연계보다는 알다 서비스 개선과 같은 내부 일에 집중했다. 이후 시장 상황도 많이 달라졌고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선 KB금융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에 집중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KB핀테크로 사명을 바꿨다. 진정한 KB금융의 일원이 된 셈이다. 그는 “저 뿐만 아니라 같이 있는 임직원분들도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것 같다. KB의 이름과 로고를 달고 하는 서비스다 보니까 자부심과 성공시키고 싶다는 의지도 커졌다”면서 “고객들은 여전히 익숙한 금융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KB라는 브랜드가 수십년간 국내 금융 시장에서 신뢰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 부분을 활용하면 저희가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사명을 변경하고 내부적으로도 KB의 아이덴티티를 입히는 것을 우선순위로 잡았다”고 내다봤다.
KB금융 계열사들과의 협업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강 대표는 “KB캐피탈 자체 신용대출 상품으로 모든 고객을 수용할 수는 없다. 거절된 고객들에게 알다를 추천해주는 것을 KB캐피탈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진행하고 있다”면서 “KB스타뱅킹 앱에서 KB금융사 대출 조회를 한 번에 해주는 서비스가 있다. 은행,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한 번에 조회하는데 거기서 승인이 안 되는 분들에게 KB핀테크 배너가 뜨면서 더 많은 상품을 조회할 수 있는 연계 제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KB 계열사들이 가진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나중에는 저희 사용자들에게 맞는 상품들을 역으로 제안하는 방식도 생각하는 중이다. 저희도 마이데이터 사업자이기 때문에 마이데이터를 통해서 대출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 상품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힘줘 말했다.

◆KB핀테크만의 색깔
대출 중개 서비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KB핀테크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 대표는 고객 사후 관리에 주목했다. 그는 “대출 비교 서비스는 많은 비교를 통해 고객들이 대출을 실행하면 그에 따른 중개 수수료로 수익을 낸다. 이 서비스로만 국한하면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혁신금융 서비스가 도입된 후 4~5년 만에 빅테크를 중심으로 큰 시장이 됐다. 다만, 서비스만 놓고 보면 공급자 중심으로 변모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상품을 제휴해서 단순히 비교만 하고 고객이 대출을 받으면 서비스는 끝난다. 대출을 받고 나서도 관리를 더 잘하는 방법, 금리를 낮추는 방법, 한도를 늘리는 방법 등 대출의 풀 사이클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는 여전히 없다. 고객들의 니즈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는 시장에 없다고 본다”면서 “KB알다는 고객들의 금융 데이터를 중심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위해 고객들의 반응을 받아보고 계속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고 바라봤다.
지난해 12월에는 스마트저축은행과 제휴를 통해 대출 상품 금리 1%포인트를 인하하는 혜택을 선보였다. KB핀테크의 첫 제휴 프로모션이다. 그는 “단순히 제휴해서 상품을 똑같이 출시하면 어디서나 조건이 똑같다.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거나 한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소비자 분석을 통해 더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런 제휴는 금융사나 저희나 서로 양보해야 하는 것도 있다. 중개 수수료는 매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다만, 고객에게 포커스를 맞춰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KB핀테크가 그리는 그림
핀테크 시장이 커지면서 생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강 대표는 제품 중심으로 조직을 꾸리고 2주 단위의 스프린트를 통해 계속 진화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 그는 “결국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조직이 제품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2주간 진행하는 스프린트를 통해 의사 결정부터 개발까지 완료한다. 끊임없이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이면서 “제품 중심 조직이 모바일 서비스에서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또 실패했을 때 비난하지 않고 장려한다. 실패를 통해 배움이 쌓이면 더 성장할 수 있는 원천이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줄곧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강조했다.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핀테크 시장에서 차별성을 갖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강 대표는 “KB알다가 고객을 더 많이 확보하고 수익을 내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 중심의 서비스가 되려면 분석을 잘할 수 있는 기술과 차별화된 상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라면서 “고객들이 재방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면 성장할 일만 남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또한 “고객들의 피드백을 계속 확인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해야 간다. 상품 출시를 빨리하더라도 이후에 주기적으로 개선한다면 고객들도 이를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일회성 마케팅을 하기보단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강 대표는 “고객의 금융 여정을 간편하게, 스마트하게 바꾸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고 강조한 후 “우리의 모토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금융 솔루션으로 모두의 삶을 이롭게 한다’로 정했다. 의사 결정의 기준을 고객 중심으로 잡아 고객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KB의 이름 안에 들어왔기 때문에 신뢰의 이미지에 맞게 고객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