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는 지난달 연준이 속도조절론을 강조하면서 예상했던 결과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미 연준의 금리 동결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연준은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지난해 9, 11, 12월 세 차례 연속 인하 이후 첫 번째 동결이다.
이번 FOMC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나온 시장 전문가의 예상과 대체로 일치하는 것으로,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세나 당분간 트럼프 2기 행정부 새 정책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평가 필요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는 새해 들어 반등 흐름을 보였다. 지난 23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은 각각 4.83%, 6.76%를 기록해 G20(주요 20개국) 국가 중 6위와 3위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 속 유독 약세를 보였던 지난해와는 정반대 흐름이 연출됐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이미 시장에서도 이번 FOMC의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지난 12월 회의에 이은 연장선상으로 해석한다”며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기에 더 강경한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본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전개 이후 지표 변화를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인하 압박이 실질적인 금리 통제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저금리 환경에 대한 의지가 확인된 점은 긍정적으로 보인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테슬라, 퀄컴, 애플, 아마존 등 다수의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남아있다.
또한 FOMC보다는 ‘딥시크 쇼크’의 여진이 관건이다. 증권업계는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FOMC 정책결정문 발표 직후 미국 뉴욕증시는 하락 폭을 키웠으나,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낙폭을 줄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휴 이후 국내 증시도 FOMC 결과보다는 딥시크 쇼크에 따른 영향과 연휴 동안 뉴욕 증시가 전반적 하락세를 보인 점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추세적 움직임이라기보다는 AI 쏠림 현상이 진정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이어 “엔비디아의 주가도 급락과 반등에 이어 하락을 보였다”며 “국내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 전력기기, 원전 정도가 관련 섹터이기에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