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김해국제공항 계류장 내 이륙을 준비 중인 에어부산 항공기에서 불이 나 승객과 승무원 176명이 긴급 대피하고, 3명이 경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29일 부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26분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 있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기종 A321) 후미에서 원인 미상의 불이 났다.
불이 나자 해당 항공기 승객 170명과 승무원 6명 등 176명이 슬라이드를 이용해 비상 탈출을 했다. 이 때 3명이 찰과상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겼다. 경상자 3명은 모두 여성으로, 허리통증, 팔다리 타박상, 대퇴부타박상 등의 상처를 입었다. 이 중 50대와 60대 2명은 진료 후 귀가했다고 국토교통부는 전했다.
소방은 오후 10시38분께 대응1단계를 발령하고 차량 68대와 인원 183명 등을 투입해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난 지 약 1시간 만인 오후 11시31분께 화재는 완전히 진압됐다.
해당 항공기는 승객 탑승을 완료한 뒤 출발하기 전 항공기 내 후미 부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항공기의 한 탑승객은 "항공기 뒤쪽 내부 좌석 위 천장에 달린 짐칸에서 불이 났다"며 "이후 연기가 나자 승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탈출했다"고 말했다.
김동학 강서소방서 현장대응단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비상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을 한 상태였다"며 "남동풍이 초속 10m 정도의 속도로 불고 있었고, 날개 부분에 항공유가 3만5000파운드 정도 실려 있어서 화재가 날개 쪽으로 번지지 않도록 진압 작전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화재 사고 발생 당시 공항공사 소방대와 공군 소방대는 선제적으로 출동해 상황에 대응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승객 가운데 외국인 22명(중국 18명, 미국 2명, 영국 1명, 필리핀 1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영향으로 대만행 이스타 항공 비행기와 필리핀행 진에어 비행기 등 2편이 각각 40여분 지연 출발했다. 김해공항 운항 시간은 오후 11시까지로, 이후 심야 시간에는 출발하거나 도착하는 항공기는 없다.
국토부는 김해공항의 항공기 주기장 40개 가운데 사고 항공기 주변의 주기장 3개소를 폐쇄 조치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날 계획된 항공편 279편 중 271편은 정상 운항하고, 에어부산이 운항하는 8편은 결항됐다.
김해공항 관계자는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여파로 공항 운영에 큰 차질이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에어부산 항공기를 이용하려는 승객들은 출발 전 정상 운항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면서 "폭설 등 다른 공항 기상 사정 때문에 김해공항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은 추후 합동 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