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5 시리즈’에 마이크론 D램이 탑재된 걸 향해 자사 메모리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 삼성전자가 “삼성 메모리의 탑재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갤럭시 S25 시리즈 전(全) 라인업에 퀄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쓴 데 대해선 자체 AP ‘엑시노스’ 기술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갤럭시 S25 시리즈 공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문제는 공급망 안정을 위해 복수의 파트너사로부터 공급받고 있다”며 “어느 특정 시점에서 한 곳의 물량이 많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갤럭시 S25 시리즈엔 삼성 메모리가 가장 많이 들어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삼성전자가 갤럭시 S25에 들어가는 D램의 1차 공급사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의 초기 물량에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경쟁사 마이크론의 메모리가 쓰인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또 있다. 삼성전자 대표 스마트폰인 갤럭시 S25 시리즈 전 라인업에 퀄컴의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들어간다. 지난해 3분기부터 갤럭시 S25 시리즈에 엑시노스 탑재가 어려울 거란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GAA 기반 SF3 공정으로 갤럭시S 새 시리즈 탑재를 목표로 엑시노스 2500을 준비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갤럭시 시리즈 모든 라인업에 퀄컴 AP가 탑재되는 건 ‘갤럭시 S23 시리즈’ 이후 2년 만이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 S22 시리즈’가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과 발열 문제, 성능 저하 등으로 논란을 빚은 데 따른 궁여지책이었다.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MX사업부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통해 AI 프로세싱 성능을 강화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갤럭시 신제품에 엑시노스 2500 탑재가 물건너가면서 삼성전자에서 칩 설계를 맡는 시스템LSI 사업부로선 체면을 구기게 됐다. 자사를 대표하는 AP 엑시노스의 설자리가 좁아진 게 아니냐는 평가마저 나온다. 앞서 삼성전자는 1년 전 출시한 갤럭시 S24시리즈엔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24 울트라’에만 퀄컴 스냅드래곤 8 3세대를 탑재했고, ‘갤럭시 S24’와 ‘갤럭시 S24 플러스’엔 자사 ‘엑시노스 2400’를 적용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 출고가를 전작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노 사장은 “환율 상승 영향으로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등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고 언급했다. 신제품 출고가 동결은 가격경쟁력을 높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19%)지만 2위 애플(18%)과의 격차는 1%포인트에 불과하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