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블랙홀에 빠진 韓 산업] 알리·테무·미니소…몰아치는 C커머스 공습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유통기업의 공습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 3위에 안착했다.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 차별화가 시급한 시점이다. 그래픽=권소화 기자

 “저렴하고, 독특하고, 쓸 만하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고물가에 값싼 중국 제품으로 눈을 돌렸던 소비자들은 기대 밖의 품질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 유통기업들이 한국 공략을 본격화해 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생활용품 전문기업 미니소도 한국 시장에 다시 출사표를 내며 경쟁의 불씨가 오프라인으로 번질 기세다.

 

 8일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알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898만5000여명으로 쿠팡(3259만8000여명)에 이어 2위에 안착했다. 테무가 10.9% 증가한 812만9000여명으로 11번가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알리와 테무가 가성비와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워 국내 사업을 확장하는 사이 소비자 품질 불만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규제는 느슨하다.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저가 제품 유입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7월 150유로(약 22만원) 미만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규정을 폐지했다. 미국에서는 C커머스 업체를 관세법상 ‘최소 기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같은 허점을 노려 C커머스의 한국 공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무가 올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테무의 모기업 중국 핀둬둬는 지난해 2월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라는 이름의 국내 법인을 설립했으나, 직원은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아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았다.

 

배우 마동석을 모델로 기용한 알리익스프레스 광고의 한 장면.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유튜브 갈무리

 가성비 문구로 유명한 중국 오프라인 생활용품 전문점 미니소도 국내 소비자를 다시 만난다. 미니소는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혜화점을 출점한 데 이어 홍대와 건대점 추가 오픈도 앞두고 있다. 미니소는 2015년 해외 진출을 시작해 현재 112개 국가 및 지역에서 71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16년 한국에도 매장을 냈으나 영업 부진으로 2021년 철수했다.

 

 이처럼 유통업계 환경 변화가 그 어느때보다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국내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와 전략적 동맹 관계를 체결하며 ‘적과의 동침’에 나섰다. 양사는 올해 중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을 설립해 G마켓과 알리의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기로 했다. 합작법인 자회사로 G마켓과 알리가 편입되며, 출자 비율은 5대 5로 동일하다.

 

 알리는 품질 논란으로 주춤한 성장세에 날개를 달고, G마켓은 쿠팡과 네이버 양강 구도로 굳어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가운데 CJ대한통운도 새해부터 ‘주 7일 배송’에 돌입하면서 반쿠팡 연대를 확고히 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CJ대한통운과 손잡은 G마켓은 자체 도착보장 서비스인 ‘스타배송’을 일요일에도 배송하기 시작했다.

 

 쿠팡의 고위 경영진은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합작회사 설립을 발표한 직후 시장에 미칠 영향과 쿠팡의 대응 방향 등을 포함한 전략을 수립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가성비는 물론 기술력까지 갖추게 된 중국 유통기업에 대응하려면 내실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국 기업들도 중고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력이 많이 올라왔다”며 “생산력까지 뒷받침되며 중국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들 사이 신뢰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C커머스와 마찬가지로 가성비로 승부한다면 성패를 가를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교수는 “가성비 제품을 만들어내는 중국 기업이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가성비로는 승부를 볼 수 없다”며 “국내 기업들은 브랜드와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을 개발하거나 한류에 대한 활용도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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