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26일 1460원대를 돌파했다.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시장 예상과 달리 1460원대에 조기에 안착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1500원까지 도달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종가 기준) 전 거래일보다 8.4원 오른 146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 때 1465원을 넘어서면서 고공행진했다. 이날 1.2원 내린 1455.2원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이내 상승세로 전환해 오전 10시쯤 연중 최고점인 1465.5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는 지난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장중 1450원을 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위기 때인 2009년 3월 11~17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인하했지만,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종전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속도 조절을 시사하며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 강세 부담과 수입업체 결제 등 달러 실수요 매수세에 힘입어 1450원대 후반 흐름 이어갈 전망”이라며 “미 연준의 내년 금리 전망 상향 조정과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반영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기며 원화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예상보다 빠르게 1460원대에 조기에 안착하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지수 흐름과 상관 없이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확대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연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상승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욱이 연초 트럼프 2.0 정책 리스크,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 국내 경기 둔화 압력 확대에 따른 한국은행의 추가 금 리인하 기대감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박 연구원은 “달러화의 추가 강세 기대감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당장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바라보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가 선제돼야 할 것”이라며 “역으로 탄핵정국 불확실성이 확산된다면 예상보다 조기에 1500원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