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일단락에 안도한 재계, 하지만 장기전 태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대구 수성구 호텔 인터불고 대구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내 대기업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상황 긴밀히 살피며 내년 경영 계획 수립에 몰두 중이다. 뿐만 아니라 다음 달 20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경영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불확실성 일단락…모니터링은 여전히 강화

 

16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의 흐름을 살피면서 대한민국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일단락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아세안+3 경제협력 금융안정 포럼에서 “최근 한국의 정치 상황이 ‘수습 절차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경제시스템 및 긴급 대응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강조했다.

 

지난 주말 탄핵안 가결은 재계에서 어느 정도 예상했던 주요 시나리오다.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별다른 긴급회의 소집 등의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경영진 회의가 수시로 펼쳐지는 만큼 탄핵 정국 및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 소재다.

 

삼성전자는 오는 17∼19일 국내외 임원급이 모이는 글로벌 전략 회의를 열고 각종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 및 영업 전략을 짠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주 장재훈 현대차 사장 및 송호성 기아 사장 주재로 글로벌 권역 본부장 회의를 갖고 올해 성과와 내년 계획을 점검하기도 했다. LG그룹 역시 지난 12일 구광모 회장과 최고경영진이 모여 사장단 협의회를 갖고 내년의 중점 과제를 짚었다.

 

재계 관계자는 “연말을 맞이해 내년 경영 계획을 집중적으로 점검해야 하는데 시국의 영향으로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더구나 트럼프 정권이 재출범하면서 변동 요인이 큰 만큼 기업들이 과감한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투자를 택하는 분위기”라고 내다봤다.

 

또한 17일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초청 경제단체 간담회가 국회에서 열린다. 재계는 탄핵 정국 속에서 기업 활동의 어려움을 알리고 입법 지원 등의 요청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간담회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한다.

 

◆변동성 커진 환율시장…관련 산업계 기업들 여전히 비상

 

계엄 선포 이후 꾸준히 뛴 원∙달러 환율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원자재를 수입하거나 수출 비중이 큰 업종은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업계는 내수 부진을 비롯해 중국산 철강재 공급 및 환율 급등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업계는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 판결이 나오려면 내년으로 넘어가야 하는 만큼 장기전을 치를 태세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계엄으로 타격이 있었던 항공업계 역시 연말∙연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여객 수요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고환율 등의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추이를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고 24시간 오퍼레이션 체제로 안전 운항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계 태세는 여전하다. 한국전력은 최근 전 사원에 공무 기강 확립 강조 공문을 내렸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비상 연락 체계를 철저히 하는 등 만전을 기해달라는 것이 요지다.

 

회식 경계령도 포착됐다. LS는 정식 지침은 아니지만 명노현 부회장이 팀장급에게 회식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외의 업계들도 연말 예정했던 송년회 회식을 대폭 축소하거나 건너뛰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으로 돌입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년 헌재의 판단에 따라 대선을 다시 치르거나 윤 대통령이 복귀할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대비책을 통해 중장기적인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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