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후폭풍] 금융시장 출렁…탄핵 국면에 변동성 주시

환율 2년 새 가장 높은 수준 기록
코스피 1.44% 하락 마감
외환·채권·주식 트리플 약세 우려
김용현 국방장관 대통령·3실장 사의 표명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경제 불안정성이 높아졌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 촉구 탄핵추진 비상시국대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온 국민을 잠 못 들게 한 비상계엄령은 약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가뜩이나 위기에 놓인 한국경제에 새로운 불안의 씨앗을 뿌렸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2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증시는 외국인 ‘팔자’ 행렬에 하락했다. 정국이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2원 상승한 1410.1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11월4일(1419.2원) 이후 약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2% 가까이 하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1.44% 하락한 2464.00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98% 내린 677.15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하락장을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4090억원, 코스닥시장에서 150억원을 순매도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요동쳤다. 1개당 1억3000만원 선을 오르내리던 비트코인 가격은 계엄 선포 이후 8800만원대까지 추락했다가 2시간 반 만에 회복됐다.

 

 국내 증시는 45년 만의 계엄령 발령이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정치 리스크에 따른 대외 신인도 하락을 주의해야 한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외신은 비상계엄 사태를 긴급 보도하며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김건희 여사 논란 등 정치적 갈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비상계엄과 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에서 “연말 탄핵정국 진입 가능성이 점증하고, 국정 불안 요인까지 잔존하고 있다”며 “외환, 채권, 주식의 트리플 약세가 우려되며 연말 금융 시장내 불확실성 반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책임론으로 내각 총사퇴가 거론되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등 3실장과 수석비서관 이상 고위 참모진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명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총리는 회의 이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무위원들과 중지를 모아 국민을 섬기겠다”고 밝혔다. 이번 비상 계엄 사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용현 국방장관도 이날 오후 “국민께 송구하다”고 말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등은 5일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7일에 이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는 5일 전체회의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경위와 관련해 긴급 현안질의를 하기로 했다.

 

 한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역시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한 총리와 한 대표∙추 원내대표 등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과 함께 삼청동 총리 공관에 모여 비상계엄 사태의 후속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각에서는 한 총리와 한 대표 등이 총리 공관 회동에서 논의한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재가를 얻기 위해 대통령실에 모인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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