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중 상장사의 올해 3분기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이 전년 동기 대비 약 42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한국전력공사, SK하이닉스 3사의 잉여현금흐름이 많이 늘어난 결과로, 이들 3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지난해처럼 마이너스였다.
4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내 상장사 중 최근 3개년 비교가 가능한 261개 기업의 개별 기준 잉여현금흐름을 조사한 결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잉여현금흐름 총액은 39조4335억원으로 집계됐다. 잉여현금흐름이 -2조3114억원으로 마이너스였던 전년 동기 대비 41조7449억원 증가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을 차감한 금액을 일컫는다. 보유 중인 자산을 유지하거나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금액을 사용한 후에도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현금흐름을 뜻하며, 생산시설의 확장, 신제품 개발, 기업인수 자금, 배당금의 지급과 채무변제 등에 쓰인다.
조사 대상 기업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총액은 올해 3분기 누적 123조4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1조7347억원)에 견줘 41조3116억원(50.5%) 증가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손익이 각각 20조원 이상 늘어난 영향이 크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결과로 두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증가한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자본적 지출은 84조461억원에서 83조6127억원으로 0.5% 줄었다. 기업들이 투자에 보수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많은 기업이 지출 최소화와 운영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자본적 지출 감소는 대부분의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했더니 응답 기업 122개 가운데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기업은 전체의 56.6%,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11.4%로 집계됐다. 주요 기업 중 68.0%가 투자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잉여현금흐름이 늘어난 기업(119곳)보다 감소한 기업(142곳)이 더 많았다. 삼성전자의 증가액이 21조22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한국전력공사(15조1292억원), SK하이닉스(10조3177억원) 순이었다. 반면 잉여현금흐름 감소액 상위 3사는 미래에셋증권(3조6693억원), NH투자증권(2조9411억원), 키움증권(2조3707억원)이 차지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