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68%는 투자계획 못 세워…재계 “금융·세제지원” 요청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 세 곳 가운데 두 곳 이상이 내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 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투자계획을 세운 기업 중 약 30%는 올해 대비 투자 규모를 줄일 거란 입장이다.

 

3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5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122개 가운데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변한 기업은 전체의 56.6%, ‘투자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11.4%로 집계됐다. 새해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주요 기업  중 68.0%가 투자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투자계획을 수립했다’는 응답은 32.0%였다. 이번 조사는 한경협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13일부터 25일까지 진행됐다.

 

투자계획을 수립한 기업(32.0%)을 대상으로 내년도 투자계획 규모를 묻는 질문엔 59.0%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투자 규모가 ‘감소’할 거란 응답 비중은 전체 응답 기업의 28.2%로, ‘증가’할 거란 응답(12.8%) 대비 두 배 넘게 많았다. 투자를 머뭇거리는 이유로는 ‘부정적인 국내외 경제전망’을 꼽는 의견이 33.3%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국내 투자환경 악화’(20.0%), ‘내수시장 위축 전망’(16.0%), ‘고환율 및 외환 리스크’(5.3%) 순이었다.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로는 ‘자금조달 등 금융지원 확대’를 지목하는 의견이 2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16.9%), ‘지배구조 및 투자 관련 규제 완화’(15.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미 올해 상반기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역성장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경협이 사업보고서 제출 대상 법인 814개사의 경영성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기업 749개사의 투자(유형·무형·리스자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했다. 기업 투자 증가율은 2020년 16.9%, 2021년 13.2%, 2022년 9.5%, 지난해 15.7%를 기록하다가 올해 상반기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특히 내수기업(566개사)의 투자증가율은 10.2%로 선방한 반면, 수출기업의 투자증가율(-14.1%)은 열악한 실정이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수 있도록 경영 불확실성을 크게 가중시키는 상법 개정 논의를 지양하고, 금융·세제지원 등 과감한 인센티브로 적극적인 투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계에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이 기업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달 21일 삼성, SK, 현대차, LG 등 주요 기업 사장단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하면서 “상법 개정 논의를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최근 재계의 상법 개정 반대 움직임을 두고 ‘재벌의 기득권 지키기’란 비판도 나온다. 경실련은 지난달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경협은 기업경영의 안정성 저하를 이유로 상법개정을 반대하고 있지만, 총수의 황제경영을 위한 핑계에 가까울 뿐”이라면서 “불투명한 경영 관행을 타파해 재벌에 경제력이 집중된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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