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살리며 MZ하게” 제약업계 광고 눈길

- 동아, 배우 고민시 모델 '판피린' 공개
- 동화, 영화 '아마존 활명수' 협업 광고
- 광동, '최씨 고집' 우황청심원 선봬

 국내 유명 제약업체는 대부분 전통이 깊은 편이다. 창립 50주년을 넘기는 건 기본이다. 대표적으로 최장수 업체인 동화약품은 1897년 9월에 설립돼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127년 역사를 자랑한다. 이들 제약업체의 고민은 모순적이게도 ‘올드한 이미지’에 있다. 한 유력 제약업계 관계자는 “혹시나 고리타분한 느낌을 줄까 MZ세대들에게는 창립년도를 알리기 꺼려진다”고 말할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은 지키면서 젊은 세대를 공략하려는 노력이 드러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광고다. 새로우면서도 복고풍 매력을 살린 최근 제약업체들의 광고를 톺아본다.

 

◆동아제약 판피린 “감기 조심하세요~”

 

1932년 창업, 올해로 92주년을 맞은 동아제약은 지난 15일 베스트셀러 종합감기약 ‘판피린’ 광고를 공개했다. 배우 고민시를 모델로 두 가지 콘셉트(클론 편-느와르 편)로 찍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이를 두면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눈에 띄었다. 바로 ‘물방울 무늬 두건을 쓴 소녀’의 모습과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특유의 대사였다.

 

동아제약이 최근 선보인 판피린 광고의 장면들. 전통의 땡땡이 두건을 쓴 모델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 동아제약 제공

1961년부터 판매한 판피린은 1960년대 후반부터 해당 이미지와 캐치프레이즈를 활용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장유진 성우의 목소리가 더해져 판피린만의 시그너처가 됐다. 이후 다양한 모델이 무늬 두건을 쓰고 “감기 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광고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배우 박보영·혜리에 이어 이번 고민시까지 ‘판피린 걸’로서의 매력을 뽐냈다.

 

양이슬 동아제약 PR팀 선임은 “고민시 씨는 MZ세대는 물론 중장년층까지 인지도를 확장하며 전 연령층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라며 “판피린의 60년이 넘는 전통을 지키며 젊은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의미로 신규 광고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동화약품 활명수 “부채표가 아니면 활명수가 아닙니다”

 

동화약품이 9월 공개한 ‘활명수’ 광고는 올해 가장 인상적인 제약업계 광고로 꼽힌다. 현재 상영 중인 배우 류승룡·진선규 주연의 영화 ‘아마존 활명수’의 개봉을 한 달 앞두고 해당 영화를 활용해 제작한 광고다. 영화에서 양궁선수 출신으로 나오는 류승룡이 “부채표가 아니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잘 알려진 문구를 말한다. 전체적으로는 1970~1980년대(?) 광고 느낌이 물씬 난다.

 

영화 ‘아마존 활명수’의 주인공이 활명수를 광고하는 장면으로 만든 동화약품 활명수 광고 이미지. 동화약품 유튜브 캡처

동화약품의 탄생과 동시에 태어난 한국 최초의 소화제 활명수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이후 후발주자들이 만든 비슷한 이름의 유사제품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1962년부터 사용 중인 ‘부채’ 로고를 활용하기로 했다. 1967년 광고에도 “부채표 활명수”라는 표현이 나온다. “부채표가 아니면 활명수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는 2000년도에 등장해 지금까지 꾸준히 쓰이고 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해당 광고는 영화사에서 활명수에 관한 장면이 영화에 들어갔다고 먼저 연락이 와서 협업한 케이스”라며 “MZ세대를 공략하는 영화사의 기획과 활명수의 특유의 캐치프레이즈가 조화를 이룬 것 같다. 활명수는 ‘어르신들이 많이 드시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젊은 세대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광동제약 우황청심원 “50년 최씨 고집”

 

1963년 창업한 광동제약의 베스트셀러는 1974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심장 강장 및 정신안정제 ‘우황청심원’이다. 지난 6월 광동제약이 공개한 우황청심원 광고는 탄생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긴장된 상황에서 우황청심원의 도움을 받은 인물들의 과거 사례들을 옛 필름 형식으로 보여준다. 그러면서 창업주 고 최수부 전 회장의 모습과 함께 “50년 최씨 고집”이라는 대사와 문구가 흘러나온다.

 

광동제약 우황청심원의 광고에서 등장하는 ‘최씨 고집’ 캐치프레이즈. 광동제약 유튜브 캡처

이는 광동제약의 캐치프레이즈로, 지난 1995년 최수부 창업주가 직접 출연한 우황청심환 광고에도 “30년 최씨 고집”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그 뒤로도 앞머리의 숫자만 바뀔 뿐 광동제약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상징하는 최씨 고집이라는 표현을 꾸준히 사용했다.

 

이밖에도 일동제약이 지난 8월 공개한 종합 비타민 영양제 ‘아로나민 골드’ 광고에서 배우 손석구가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라는 해당 제품 광고 특유의 대사를 읊는다. 또 5월부터 전파를 탄 동국제약의 연고 ‘마데카솔’ 광고에서 가수 태연이 “옛솔 칫솔 마데카솔”을 말하는데 이는 2020년 코미디언 양세형·양세찬 형제가 같은 제품 광고에서 외쳐 대중에게 익숙해진 표현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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