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한 번의 기준금리 인하만으로 민간 소비를 촉진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총재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된 질의를 받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내수 활성화에 기대를 건다. 하지만 이 총재는 한 번의 금리 인하로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을 경계했다. 이날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출과 내수 성장력 격차로 연결 통로가 끊어졌고 내수 자체의 취약한 구조가 드러나고 있다”면서 “금리 인하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 않으며 재정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면서 “금리도 역할을 해야 하지만 구조적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 한은에서 발표한 여러 구조조정 페이퍼(보고서)가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은은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과 최저임금 차등화, 농산물 수입 개발,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 입시 제도 등 구조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민간 소비 촉진에 대해서도 한 번의 금리 인하로 큰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민간 소비가 촉진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의에 이 총재는 “한 차례로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이제 피벗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어떤 속도로 하느냐에 따라 내수 진작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결정 직후 간담회에서 “저를 제외한 여섯 분 가운데 다섯 분은 3개월 후에도 3.25%가 유지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면서 “나머지 한 분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금통위원들의 이런 시각이 유지된다면 다음 달 28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속 금리 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 대출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등 피벗의 효과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가 선 반영됐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에 부동산 시장에 미칠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내 가계대출 규제 엇박자도 영향을 끼쳤다. 이 총재는 “여러 요인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에서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안정이 목적이었다.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사후적으로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