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22채 보유한 집주인이 미성년자... 부의 대물림 심화

- 총액 5170억원...수도권 60% 집중
- 상당수 임대 목적...22채 보유자도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강남의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 지난 1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 전세 계약에 나선 A 씨는 전세계약서의 임대인 주민등록번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생년을 의미하는 주민등록번호 앞번호가 2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해당 임대인은 미성년자로 지난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이 아파트를 구매한 것이었다. 

 

 실제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미성년자가 구매한 주택 수가 3000채에 육박해 ‘부의 대물림’이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미성년자가 사들인 주택 수는 2953채에 달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91채, 2020년 634채, 2021년 1215채, 2022년 613채, 2023년 200채 등이었다. 최근 5년간 이들이 3000채 가까이 구매하면서 쓴 액수는 총 517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성년자의 주택 구매 규모가 매년 평균 590채, 1000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이 주택을 사들인 지역을 보면 서울 628채, 경기 869채, 인천 275채 등 수도권이 1772채(60%)를 차지했다. 이 중 최다 매수자는 22채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미성년자는 2020년 6채, 2021년 15채, 2022년 1채 등을 사들였다. 매수 지역도 서울, 부산, 전북을 넘나들었다. 총매수액도 23억7000만원에 달했다.

 

 민홍철 의원은 “다주택자들이 미성년 자녀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부모 찬스를 이용한 자산 대물림 과정에서 불법 거래나 편법 증여는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삶의 출발선부터 시작되는 격차를 완화해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양극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 찬스가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지만, 주택거래 자금이 불법증여 됐는지 파악할 수 있는 주택자금조달계획서 제출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투기규제지역 해제 이후인 2023년 미성년자 주택거래 200건 중 주택자금조달계획서가 제출된 사례는 16건으로, 거래량 대비 8%에 불과하다.

 

 미성년자의 주택거래 목적 상당수가 전·월세 등 임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부모에 의한 불법증여 등 부의 대물림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필요함에도 이를 적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문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임대를 목적으로 한 미성년 주택거래는 1577건이며 거주 목적도 70건에 달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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