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작됐다...집값·가계부채는 여전히 ‘불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하로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하면서 본격적인 통화정책 기조 전환(피벗)의 시작을 알렸다. 금리 인하 이력 자체로만 보면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마무리되면서 금융당국은 집값 상승, 가계대출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통상 시장금리도 하락하고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 역시 줄어든다. 결국, 대출금리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대출금리 하락 폭도 같다고 가정하면 가계대출 차주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원 줄어든다. 한은이 2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에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67.7%)을 적용해 시산한 결과다.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5만3000원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대출 규모가 큰 고소득자에서 이자 부담 감소 폭이 컸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을 포함한 기업의 이자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1조7000억원가량 감소한다. 한은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66.2%)을 추정한 뒤, 자영업자의 모든 변동금리 대출 상품 금리가 동일하게 떨어진다고 가정해 시산한 금액이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인하가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향후 가계부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금융위는 “금리 인하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고 정책대출 규모 등을 고려하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언제라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하향 안정화 추세가 확실해질 때까지 철저히 관리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도 같은 날 이복현 금감원장과 부서장이 모여 별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원장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금리는 이를 선반영해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라면서 “향후 시장금리 방향성 등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준금리 인하 결정 후 “금융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면에서 매파적 금리 인하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가 집값을 높이고 가계부채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지만 정책 공조를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준금리는 내리지만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안 우려는 여전하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미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가 선 반영됐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종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차주나 주택 등 부동산 자산 매입 시 자금조달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면서도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빅컷(0.5%포인트 인하)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선반영됐고 8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움직임이 더해져 10월 기준금리 인하 효과 발현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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