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반려견 보유에 따른 세금(Hundesteuer·훈데스토이어)을 부과하는 대표적인 나라다. 견주가 낸 세금을 반려동물 관련 정책에 활용해 동물의 생명보호 및 복지 수준을 높이는 데 쓰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사례로 든 독일의 반려견세 부과 현황과 특징을 살펴봤다.
최근 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로드맵 이행을 위해 개 사육농장의 동물 인수 등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반려동물세제 도입 등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입법조사처는 “독일의 일부 지방정부에서 지방세의 하나로 반려견세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에서 견주는 반려견을 등록하고 반려동물 세금을 납부하면 납부 증빙으로 반려동물 세금 태그를 받는다. 이 태그는 공공장소에 있을 때 반려견 목줄에 눈에 띄게 부착해야 한다.
독일의 반려견세는 지방세로 지역마다 납세 금액이 다르다. 각 기초지방정부인 게마인데(Gemeinde) 조례에 따라 반려견세가 정해진다. 우선 규제당국이 위험한 개라고 판단한 품종을 보유하면 더 높은 세금을 물린다. 슈투트가르트는 아메리칸 스태포드셔 테리어, 핏불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 테리어 등 맹견을 키울 땐 연간 612유로(한화 약 90만원)의 보유세를 부과한다. 뤼벡의 개 한 마리당 연간 세금은 144유로지만, 맹견엔 618유로의 세금을 부과한다. 프랑크푸르트의 맹견 보유세는 연간 900유로에 달한다.
복수의 개를 보유할 경우 반려견세가 2배가량 뛰기도 한다. 슈투트가르트에선 개 한 마리에 대한 보유세는 연간 108유로인데, 두 마리 개에 대해선 연간 216유로의 세금을 물린다. 프랑크푸르트의 개 한 마리당 연간 보유세는 102유로지만, 두 번째 반려견에 대한 보유세는 180유로에 이른다. 함부르크는 한 마리당 90유로의 보유세를 정액으로 부과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개 주인에게 반려견세를 부과하지만 예외도 있다. 생활보장 수급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견주에게는 세금 부담을 낮춰주기도 한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맹인 안내견·공무 집행견·산림 단속견·차량 감시견에 대해서도 세금을 감면 또는 면제하는 경우도 있다.
반려견세는 도로 청소비용이나 반려견 보호소 등의 운영비용으로 활용한다. 안락사를 위한 살처분 비용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창규 미래전파공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20년 한국세무사회 부설 한국조세연구소에 ‘반려견세 도입을 위한 서론적 연구’란 주제로 투고한 논문에서 “독일에서 유기된 반려견은 민간의 동물보호소(Tierheim·티어하임)에서 한시적으로 보호하고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보살펴준다”면서 “동물보호소는 독일 전역에 있는데, 만일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훗날 동물의 묘지까지 준비해 놓는다”고 설명했다.
독일 내에서도 반려견세를 향한 반발이 없는 건 아니다. 폐지론자들은 반려견세가 일반 재원이기 때문에 그 용도가 불투명하고, 반려견세 납세자가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무공무원들이 반려견세 미납행위를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반려견세 폐지의 근거로 든다. 한 독일 시민은 최근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오픈페티션에 올린 글에서 “특정 품종의 개를 키우는 개 주인에게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건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반려견세 폐지를 주장했다. 이 작성자는 “오히려 견주가 책임 있는 자세와 안전한 사육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도록 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부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