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기주식 매입이 가능해졌다.
서울중앙지법은 2일 영풍 측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인 9월 13일부터 10월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고려아연과 공개매수 주체인 영풍을 고려아연과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이번 가처분의 채권자인 영풍의 형식상 계열회사라 하더라도 공개매수 규제에 관해선 특별관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한 것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 6월말 현재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 25.4%를 보유한 대주주라는 점을 들어 특별관계자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 측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선 이상 특별관계자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측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법령에 의거했으며, 주주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공개 매수를 통해 취득한 주식을 모두 소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지난달 13일부터 고려아연 1주를 75만 매수하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4일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 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쪽이 33.9%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33.1%를 보유 중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