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냥 놀 수만은 없잖아요.”
서울 사는 60대 후반 A 씨는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에 파견 나가 업무 보조 일을 하게 됐다. 2년 전 은퇴해 국민연금을 받고 있지만 최근 부쩍 오른 물가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평생 일을 해온 습관이 있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료하기도 해서다.
최근 은퇴한 이후에도 본인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액티브 시니어’가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을 즐기기에는 벌어놓은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퇴 후에도 고정 지출 비용을 비롯해 씀씀이는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자녀들을 독립시킬 나잇대지만 오롯이 자신에게만 투자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건강한 신체를 지녔을 때 사회활동을 꾸준히 이어가는 또 다른 의미의 ‘액티브 시니어’ 역시 사회적인 현상이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65∼79세 인구 2명 가운데 1명은 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령대 취업자가 증가하면서 55∼79세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며, 경제활동인구는 970만명에 가까워 조만간 1000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55∼79세 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36만2000명(3.9%) 늘어난 968만3000명이다. 해당 연령대 인구는 1598만3000명으로 이 중 총 60.6%가 경제활동인구인 셈이다. 전년도와 비교해 0.4% 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 고용률 역시 늘었다. 55∼79세 고용률은 59.0%로 전년 동월 대비 0.1% 포인트 증가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현장에서도 이들의 일손이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 인구 감소로 근로자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연령인구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은퇴 후 고령 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연평균 39만명, 2030년대에는 연평균 53만명 감소할 것으로 본다.
시니어 세대 취업 이유는 왜일까. 주된 이유는 생계형 취업이라 볼 수 있다. 고물가시대에 연금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하고 싶은 이유는 ‘생활비에 보탬(55.0%)’을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또한 ‘일하는 즐거움(35.8%)’, ‘무료해서(4.2%)’ 등의 순이었다. 국민연금 등 연금을 수령하는 55∼79세는 817만7000명으로 해당 연령대 인구 가운데 51.2%를 차지했다. 매달 평균 82만원을 받고 있으며 성별로 보면 남성은 평균 106만원, 여성은 57만원이다.
한 인구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사회 곳곳에서 시니어 세대가 당당히 경제활동 인구로서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경력과 무관한 소위 허드렛일을 하는 등의 케이스가 많다. 정부는 수박 겉핥기식의 시니어 일자리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르신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