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업체, ‘불편한 동거’ 끝내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전기차량에 대한 3차 합동감식이 실시된 지날달 인천 서구 서부경찰서에서 벤츠 기술진의 참관하에 국과수, 경찰, 소방 합동 감식반이 불타버린 배터리 모듈을 감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기차가 대중화에 앞서 과도기를 겪고 있다. 지난달 인천 아파트 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일반 내연기관 차량 화재 때와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배터리 제조업체와 완성차 업체의 책임공방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전기차 시대가 오기 전까지 반드시 넘어서야 할 성장통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 9일 중국 21세기경제 보도에 따르면 배터리 제조업체인 파라시스의 투자자 관련 부문 관계자는 ‘한국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의무 공개하도록 한 조치에 대한 영향’을 묻는 중국 투자자 질문에 “이번 사건이 파라시스 배터리의 문제인지 완성차(벤츠)의 문제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며 “그 이후 영향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이번 화재 사건의 시초가 된 벤츠 EQE에 사용됐다.

 

아직 결함 및 책임 여부를 알 수 있는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향후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업체 간의 첨예한 책임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배터리의 매서운 성장세

 

그동안 배터리 공급업체는 전기차 제조업체가 고객인 만큼 을의 위치였다. 하지만 파라시스 쪽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배경이 있다. 중국산 배터리 업체들이 급격하게 점유율을 높이면서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업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에서 중국 CATL이 29.6%에서 31.6%로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1위를 유지했고 역시 중국 BYD는 11.1%에서 11.9%로 상승 3위를 차지했다. 합산 점유율로 43.5%로 절반에 가깝다. 출하량 기준 점유율로 따지면 CATL과 BYD가 각각 35.9%, 16.5%로 1~2위를 독식했다. 두 회사만 더해도 절반이 넘는 52.4%의 점유율을 나타낼 정도다. 

 

사실 국내 전기차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중국산 CATL이나 BYD는 어느 정도 신뢰를 주는 배터리 제조사다. 파라시스는 점유율 10위권에 겨우 들 정도다. 그러나 CATL이나 BYD의 급속한 성장과 품질 인정 등의 영향으로 파라시스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셈이다.   

 

◆배터리 제조업체와 완성차업체의 상부상조 필요

 

이번 화재 사건으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 포비아가 생길 정도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사와 전기차 제조사 간 책임공방보다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차 사용자가 배터리와 차량 정보를 유기적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가능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해결책으로 꼽는다. 전기차 배터리의 이상 반응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으며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 전기·전자과장은 “BMS의 진단 기능을 업데이트시킬 수 있는 제반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배터리 제조사와 자동차회사의 협업 및 이력 관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맘 편히 전기차 탈 시대 올까

 

기술 혁신 노력도 꾸준하다. 배터리업계에서는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몰두 중이다. 현재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불이 붙는 발화점이 낮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발화점이 높은 고체 전해질을 사용해 화재의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업계에서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오면 화재 걱정을 지금보다 확연히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상용화 이후 대중화 시점이 오려면 2030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현재로서는 리튬 배터리 안전을 담보할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할 때다.

 

김재경 삼성SDI 부사장은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은 2026년이나 2027년이 목표인데 모든 배터리를 대체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2030년쯤에야 점차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선적으로 현재 배터리 기술에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술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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