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위험 확산에 보험 보장범위도 늘려야

이달 초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 숲 동측 공영주차장에서 서초구와 서초소방서가 전기차 화재 대응 소방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인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를 비롯해 전기차 화재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전기차 화재 위험 관리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다양한 제도를 개선해 전기차 화재와 관련한 사고 예방을 위한 모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기차 화재는 139건 발생했다. 이는 직전 3년인 2018년부터 2020년(56건)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다. 

 

지난달 초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차량 70여대가 불에 타고 20여명이 다쳤다. 2021년에는 천안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차량 666대가 전손·부분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전기차 화재 중에서 주차 중 또는 충전 중에 발생한 화재가 44.6%로 나타났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주차장이나 공지에서 발생한 화재가 26.6%, 도로 및 터널에서 일어난 화재가 73.4%로 대부분의 화재는 운행 중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공공건물,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시·도·군에서 설치한 주차장 등에는 친환경자동차 전용주차구역과 이에 따른 충전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의 화재 가능성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에 따른 화재 진압의 어려움 등으로 지하주차장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는 연기와 열이 잘 배출되지 않아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주차장이나 차고, 전기차 운송 선박 등 폐쇄된 공간에서 화재 발생과 피해가 문제 되고 있다.

 

전기차 규모 증가와 함께 전기차 화재 위험 인식도 확대됨에 따라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화재방지협회는 2022년 스프링클러 시스템 설치 표준(NFPA 13) 개정을 통해 주차구조물에 대한 위험분류를 상향 조정해 스프링클러에서 나오는 물 방출 밀도를 약 30% 증가시켰다. 네덜란드는 2021년 충전소 충돌위험 방지장치 설치, 배터리 화재 시 독성 연소 최소화를 위한 환기 시스템 도입, 화재 발생 대응을 위한 운전자 교육 등 전기차 화재 안전 강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전기차 배터리 정보공개 의무화, 신축건물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소방서 전기차 화재 진압 장비 배치 등 다양한 안전대책 도입을 추진 중이다.

 

보험연구원은 전기차 화재와 관련된 위험요소를 구체적으로 평가해 자동차보험, 전기차 충전사업자 배상책임보험, 화재보험 등 보험을 통한 화재위험 관리 및 사고 예방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체 화재보험과 화재 예방점검 서비스의 연계를 강화해 사고 예방 노력을 확대할 수 있는 보험의 역할 제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2년 말 기준 전기차 등록 대수는 약 39만대로 전체 등록 대수의 1.5%를 차지했다. 이 중 비사업용이 약 30만대, 사업용이 약 9만대로 최근 5년 동안 등록 대수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전기차는 15만7000대로 전체 승용차(1779만4000대)의 0.9%를 차지했다. 등록된 전기차(39만대) 대비 개인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전기차 비중은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을 보였다. 

 

전기차는 비전기차에 비해 사고 발생률은 낮지만 사고심도가 높아 손해액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 1대당 평균 보험료는 89만원으로 비전기차보다 1.26배 높았다. 보험료 차이는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료에서 두드러지는데 이는 전기차의 차량가액과 수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는 화재 발생 시 재산 피해액이 내연기관차 등 비전기차 보다 높다는 점이다. 소방청 통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화재 시 화재 1건당 재산 피해액은 내연기관차가 953만원, 전기차가 2342만원으로 2배 이상 높았다. 이 때문에 보상금액 역시 큰 차이가 날것으로 보인다. 

 

이에 천 연구위원은 “전기차의 손해액이 전체 자동차보험료 상승을 일으켜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충전사업자 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해서는 보험가입을 의무화해 피해 시 보장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의무보험 여부 및 대상 사업자의 규모, 관리 방안, 실효성 평가 등이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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