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 기업들은 더이상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탄소중립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달성에 주목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증대해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한다. 넷제로(Net Zero)라고도 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SK그룹은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자업계, 노력 성과도 가시적
삼성전자는 2022년 9월 ‘신(新)환경경영전략’을 수립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2030년까지 공정가스저감, 폐전자제품 수거·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총 7조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다.
실제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삼성전자가 발표한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9289GWh(기가와트시)로 1년 전보다 6.7% 증가했다. 디바이스경험(DX)부문의 경우 지난해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93.4%,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24.3%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지난해에만 약 176만t(톤)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DX부문은 지난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의 산림 농업과 맹그로브 조성 사업을 통해 총 25만t의 외부감축 배출권을 확보했다. DS부문은 오는 2030년까지 공정 가스 처리 효율을 대폭 개선할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적용한 탄소배출 저감 시설을 라인에 확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2030년 탄소중립, 2050년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공표했다. 2025년까지 해외 모든 생산법인에 100% 재생에너지를 도입해 국내외 전체 전기 사용량의 5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다는 목표다. 공정개선,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UN 탄소배출권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최근 발간한 2023-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이미 전년 대비 5만3000t의 탄소배출을 감축했다. 고효율 에너지 제품을 통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의 탄소배출량도 줄이고 있다. 지난해 주요 7대 제품의 사용 단계 원 단위 탄소배출량을 11.8% 줄였다. 자원순환 부문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폐기물 분리 및 선별 절차 강화를 통해 ‘2030년 폐기물 재활용률 95%’로 설정했던 목표를 지난해 조기 달성했다.

◆자동차·에너지·반도체 분야서도 주목
국내 완성차 업계인 현대차는 2021년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제품을 비롯한 밸류체인 전 영역에서 탄소저감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75% 축소하기로 했다.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을 도입해 204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 계획이다.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지난 6월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2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지난해 체코와 인도네시아 생산법인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다. 미국·인도·터키 생산법인은 2025년까지 100% 전환을 추진 중이다.
SK는 2040년을 탄소중립 시점으로 설정했으며, 현재 계열사별로 다양한 탄소중립 목표를 추진 중이다. 지난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핵심 미래 성장동력으로 탄소감축 기술을 소개했다. 탄소배출 없이 전기로 운행하는 UAM 기체부터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등을 알렸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은 2024년 세계 최초 폐플라스틱 종합 재활용 단지 울산ARC를 완공, 32만t 규모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SK텔레콤, SK바이오팜, SK가스 등 SK 주요 계열사들이 SK E&S(재생에너지·수소에너지·에너지솔루션 등 담당)와 국내 최대인 연간 총 규모 537GWh의 PPA 계약(전력구매계약) 사전협정을 맺었다. 반도체 계열사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탄소 직·간접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저전력 장비를 개발하고, AI(인공지능) 기반의 최적 운전 모델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신정원 기자 garden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