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대책 대혼선] 피해는 차주 몫…대출 조이기에 ‘비명’

금리 내려가는데 높은 이자 감당 불만

그래픽=권소화 기자

 대구에 사는 김모(35) 씨는 앞으로 대출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소식에 지난주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했다. 다행히 대출 승인이 떨어졌지만, 추석 이후 금리가 오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 씨는 추석 전에 대출이 실행되기를 바라며 다시 한번 은행에 문의할 생각이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30대 이 모씨는 11월 말 잔금 납부를 앞두고 있다. 원래는 10월쯤 대출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금융당국이 대출을 조인다는 뉴스에 마음이 급해져 대출 상담을 받았다. 은행에선 대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서둘러 신청하라고 권유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정부가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차주들의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정부가 무리하게 대출 확대를 억제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대출 부담이 더욱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낮추면서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대마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은행권은 상반기 이자 장사로만 역대 최대치에 해당하는 30조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상향한 건 관치금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은행의 돈 잔치는 안 된다’고 밝히자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또 지난달 시행하기로 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도입을 갑작스럽게 연기하면서 가계부채 확대를 부채질했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은행의 가계대출 대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실거주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차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이다. 주담대 금리 산정을 위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등이 내림세인데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빌려야 하는 차주들은 시장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증가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6월 말(552조1526억원)보다 7조5975억원 늘어났다.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당분간 대출 조이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서민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대출 한도 및 만기 축소 등 추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예로 KB국민은행은 주담대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30년으로 대폭 줄이고,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 한도도 1억원으로 제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일부터 주담대 갭투자 방지 차원에서 전세대출 취급을 조건부로 제한하기로 했다.

 

 여기에 다음 달부터 수도권 내 은행 주담대에 대한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가 대폭 상향되면서 차주들의 대출 한도가 많게는 1억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출받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 서울·수도권 은행권 주담대에 대해 DSR 스트레스 금리를 0.75%포인트 대신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할 거라고 밝혔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대출 증가로, 금융당국이 전반적인 가계부채 관리에 나섰다”며 “다음 달부터 시행될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더불어 시중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 주담대 거치 기간 폐지, 대출 만기 30년으로 축소, 보증보험상품(MCI, MCG) 취급 중단, 생활안전자금 목적 한도 축소, 마이너스통장 한도 제한, 전세자금대출 대환 금지 등 다양한 방안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월 이후에도 흐름에 문제가 있다면 추가적인 대책을 낼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전방위적인 가계부채 관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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